공포의 성
서른셋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작가, 사사키 도시로.
그는 도시 발달로 침체되어 가는 농촌의 비참한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낸 농민 문학 작가이자, 당대 문학인들과 함께 근대 사회의 실상을 여실히 담아낸 문예지 《문학시대》의 편집자였다. 이외에도 철도원, 교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그는 작품 세계 역시 다채로웠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인정을 받은 농민 소설을 시작으로 탐정 소설, 엽기 소설 등 장르 문학에도 관심을 기울여 다수의 작품을 남겼다.
이 책은 사사키 도시로의 작품 중에서도 장르 소설을 엄선해 엮은 선집이다. 그의 작품은 풍부한 캐릭터, 치밀한 현장 묘사와 더불어 사회 부조리를 날카롭게 포착하는 농민 문학 작가로서의 시선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실타래처럼 얽힌 인간 군상의 뒤틀린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하면서도 근대 사회의 비극적 자화상을 잘 그려냈다는 점에서 단순한 재미를 추구하는 여느 장르 소설과는 다른 가치와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수록 작품 소개
〈곰이 나오는 개간지〉
러일전쟁 후 폐허가 된 농촌. 경작할 땅이 없어 생활고에 허덕이던 농민들은 무상으로 토지를 제공해준다는 솔깃한 제안에 홋카이도의 개간지로 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욕심 많은 지주 후지사와가 이주 개간자 무리의 대표 격인 고스케를 총으로 쏴 죽이고 마는데…….
〈어느 영아 살인범의 동기〉
소작농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부녀는 도시의 발달에 따른 택지 개발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다. 어쩔 수 없이 하숙집 고용인으로 보낸 딸은 얼마 안 가 아이를 밴 몸으로 돌아온다. 아버지는 마지막 남은 돈으로 채소 장사를 시작하지만 곧 그마저도 잃고, 둘은 점차 극단의 빈곤으로 내몰린다.
〈거리의 반사경〉
대학 시절 친구인 요시모토와 나가미네는 같은 철관공장에서 일하며 노동운동에 몸담는다. 어느 날 나가미네는 홀연 자취를 감추고, 요시모토는 신경쇠약에 시달리며 폭력적으로 발작을 일으키다가 공장에서 쫓겨난다. 갈 곳이 없어진 요시모토는 수소문 끝에 찾아낸 나가미네의 집으로 향한다.
〈가장 벚꽃 연회〉
철공장의 주인 마에다 야헤이는 처우를 개선해달라는 직공들의 타당한 요구를 외면하고, 노동자 계급 편에 선 사위 겐자부로는 시대의 변화를 거스르는 마에다의 태도에 반감을 품는다. 직공들의 불만이 한계에 다다른 어느 날, 마에다는 그들의 분노를 잠재울 묘책을 떠올린다.
〈오해의 고문실〉
소학교 선생님 스즈키는 쉬는 시간에 같은 학교 선생님 요시모토가 벗어둔 양복 주머니에 몰래 손을 넣고, 때마침 교실에서 쉬던 학생 후사에는 그 모습을 목격한다. 잠시 후 요시모토의 지갑이 사라지는 소동이 일어나고, 후사에는 스즈키의 범행을 확신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괴로워한다.
〈기이한 거리〉
짙은 안개에 파묻힌 거리를 걷던 어느 날, 처음 보는 여자가 다가와 나를 보고 남편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타일러도 막무가내로 자신과 함께 아이를 되찾으러 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여자. 싸늘한 안개가 굼실대는 이 거리에서 과연 여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프리즘(가사마쓰 박사의 기괴한 외과 수술)〉
목 없는 시체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던 어느 여름날. 사건의 진상을 모두 알고 있다며 찾아온 청년은 범인 가사마쓰 박사가 지금까지 얼마나 기괴하고 무시무시한 실험을 강행해왔는지, 또 그로 인하여 박사의 딸이 얼마나 참혹하게 살해당했는지에 대하여 털어놓는다.
〈공포의 성〉
홋카이도 개간지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모리야 기헤이. 역에서 돌아오던 그의 딸 기쿠코가 실수로 하녀 쓰타요를 쏴 죽이고 만다. 기쿠코에게 연정을 품고 있던 하녀의 오빠 마사카쓰는 동생의 죽음을 덮기로 하고 대립하던 기헤이를 죽여 기쿠코와 목장을 차지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