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자자
애들 재웠어?
오늘은(오늘도) 그냥 자자.
“사랑해.”, “나도 사랑해.”, “먼저 들어가.”, “아니 너 먼저 들어가.”, “헤어지기 싫다.”, “나도….” 하며 매일매일의 헤어짐을 아쉬워하고 휴대폰이 뜨거워질 때까지 통화하며 잠들던 그 날들. 달달하고 쫄깃했던 그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손끝만 닿아도 찌릿찌릿하고 전기가 통하고 눈빛만 마주쳐도 스파크가 튀던 사이가, 손끝만 닿아도 덥다고 멀찌감치 돌아눕고 ‘오늘은(오늘도) 그냥 자자’라는 사이가 되었다.
어쩌다 촉촉하게 감성에 젖고 싶은 날은 모두 잠든 후에 조용히 남의 연애사로 추억에 젖어본다. 하지만, 드라마를 봐도 로맨스 책을 읽어도 그때뿐. 허하고 외로운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저자는 남의 이야기로 달랬던 마음을 이제 그들의 이야기로 달랠 수 있도록, 뜨거웠던 20대의 사랑 이야기부터 이제는 징하고 찐하게 일상이 된 40대의 사랑(이라고 쓰고 섹스라고 읽는다)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 글은 이 작품은 네이버 카페 ‘엄마의 꿈방’에서 큰 사랑을 받은 <색다른 부부의 색스러운 부부생활> 연재글을 통하여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여 엄마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출간하게 되었다. 카피라이터 출신답게 문장 하나하나마다 톡톡튀는 매력을 담고 있어, 지루한 일상에 지쳐 있던 요즘 자신의 삶과 비교하며 피식피식 웃게 된다.
달달한 연애 시절의 것과 달라진 우리의 색
로맨스가 계속될 줄 알고 시작한 결혼 생활에 자꾸만 다른 장르가 끼어든다. 술 취해 기어들어 오는 날엔 호러물, 서로를 베느라 정신없는 날엔 액션·무협물, 저 사람 도대체 왜 저럴까 아무리 추리해도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을 땐 미스터리물 같다. 가끔 배꼽 빠지게 웃기기도 하고 가슴 절절하게 애틋해지기도 하니 코미디와 멜로 같은 고전 장르도 섞여 있다. 결혼! 그야말로 진정한 장르 혼종이자, 이전의 인생에서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서사 구조인 것이다.
이 책은 이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4편의 다른 장르로 묶었다. PART 1. 썸(로맨스), PART 2. 쌈(액션 활극), PART 3. 색(AV, 성인 영화), PART 4. 삶(다큐) 가 그것이다.
흐름이 느껴지는가? 죽도록 원하다가, 죽을 만큼 싸우다가, 죽어도 좋아라 하다가, 죽을 때까지 지지고 볶고 사는 이야기.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어쩌면 이것은 저자 자신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인생의 중심을 지나고 있는 모든 여성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