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부축
“언니 나 사람이 많은 데 가면
숨이 안 쉬어지고 답답한데 이것도 공황이야?"
“자기야, 우리 남편이 자려고만 누우면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프대. 병원 가봐야 할까?"
공황장애 커밍아웃을 한 이후에 저자가 종종 받는 질문이다.
학생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엄마로서 열심히 살아온 저자는 정작 마음을 돌보지 못했다.
우울증의 그늘에 놓여있었지만 알아채지 못했고,
그 대가로 공황장애를 겪으며 평범한 일상을 반납해야 했다.
병원 치료와 독서, 상담을 통해
마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꾸준히 했고
드디어 공황의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마음의 균형을 잃고 휘청대고 있는 분들께
저자가 겪은 이야기를 담담히 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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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아기와 나 둘 만이 존재했던 세상에서
아이가 잠이 들어 나 홀로 남겨지는 순간이 되면
주변 모든 것들이 멈추고 조그맣게 변한 내가
진공 상태의 유리병 안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었다. _p 17
일곱가지 색 물감이 한꺼번에 쏟아져 똥 색이 되듯이
내 기분은 정말 뒤죽박죽 더러웠지만 설명할 길이 없었다.
진정되지 않는 심장과 눈물이 시위라도 하듯이 내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_p 41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병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니
공황발작에 대처하는 마음에 근육이 붙었다.
두려움과 공포의 감정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_p 53
잘 죽고 싶다는 이른바 웰-다잉 (Well-dying)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그 막연한 욕심을 실현시키기 위해 떠오른 생각은
적어도 이렇게 무기력하게 있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_p 62
우울과 불안 지수가 많이 내려갔다며 그동안 무슨 좋은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문제가 나를 짓눌러 버릴 거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고 말했던 것 같다.
의사가 나를 향해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보였던 순간이 기억이 난다. _p 71
감정의 정체를 파악해서 이름을 붙인다.
좋은 일이 있을 때에도 그것이 뿌듯함에서 오는 기쁨인지
감사함에서 오는 기쁨인지 구분 지어 생각해 본다.
명확하게 마음을 보려고 하는 노력들이
나의 마음을 잘 알아챌 수 있게 하는 감각을 발달시킨다. _p 80
세상과 연결되는 것은 거창한 일을 통해서가 아니다.
간단한 일을 통해서도 내 안으로 침몰하고 있던 에너지의 방향을 세상으로 돌릴 수 있다.
나는 이것이 일상이 가지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_ p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