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질이 씨 귀촌일기
모질이 씨 산촌에 들어와 몸을 부리고 산지도 십 수 년이 되었다.
산촌에 정붙여 살다보니 모질이 씨 심신 그렇듯 한가로울 수가 없다. 한가롭다는 것은 마음이 거칠 게 없이 여유롭다는 뜻이렷다.
그렇다고 모질이 씨 쇠털같이 많은 세월을 주야장천 손발 접어놓고 무위도식으로 지낸다는 뜻은 더욱 아니다. 대처에서는 어쩔 수 없이 남의 눈치 살펴가며 살아야 했지만, 그때마다 그 얼마나 숨 막히는 삶을 살아야 했던가. 아, 그것은 평소 자연을 그리고 사모하는 모질이 씨의 성정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었던 한낱 헛물 들이켜는 가식적 생활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모질이 씨, 산촌에 멍석 폈다고 해서 세월아 네월아 타령을 하며 그냥 사는 게 아니다. 시쳇말로 열심히 살고 있는 중이다. 농사철이면 토박이들과 어울려 누구 못지않게 많은 땀을 훔치며 농사일에 여념이 없다. 뒤늦게 달리 무슨 탐욕이 일어서가 아니라 모질이 씨 그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다.
모질이 씨는 농사일이 그렇듯 재미질 수가 없다. 농사일이 재미지다 보니 즐거움은 배가 되더라. 기실 갈고 뿌리고 키우고 거두는 농부의 수고로움만큼 가슴 뭉클하게 하는 일이 또 있을까.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스펙을 쌓아가는 일인 것 같더라. 지나고 보니 그 스펙 하나하나가 시가 된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모질이 씨….
모질이 씨 마침내 그것들을 한 자리에 모아 고향그리기 연작시집이란 걸 내기에 이르렀다. 이 책 속의 편편들은 산촌 고을 장수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할 수 있겠다.
끝으로 시란 쉽게 읽히도록 지어야 한다는 게 이 모질이 씨의 평소 지론이다. 그 지론을 <모질이 씨 귀촌일기>에서 보여주기로 했다.
― 머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