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의 무대
엊그제 시문에 들고 시 아카데미 찾아 동분서주하던 때가 눈에 선한데 제 61시집 저자의 말을 쓴다.
가끔 동두천 천 둑에 나가 넓게 왕성한 갈대와 그칠 줄 모르는 냇물을 가슴에 담는 때가 있다.
내의 복판은 물이 흐르고 양쪽 가는 전부가 갈대숲이다.
봄철에는 죽순보다 더 솟는 갈기의 기개는 믿음직하고 무장한 장정의 기세 닮아 믿음직하고 앞날이 창창한 기백이 보이더니 댓잎보다 더 죽죽 뻗는 이파리는 어디서 나오는 힘인지 이 가슴이 뿌듯하다.
우람하고 씩씩한 갈기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하루가 다르게 크는 키를 보면 천변의 하 많은 잡초 중에 으뜸의 기상을 자랑한다.
요즈음은 갈대꽃이 천의 장관을 이루고 그 아름다운 경개는 볼수록 늠름해 가을을 대변하는 개선장군으로 보인다.
노화(蘆花=갈대꽃)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누구의 탓도 없이 낯은 임을 향하고 거센 비바람 맞아가며 어렵사리 뽑아 올린 포자를 넓이 멀리 보내고 싶어 바람을 껴안고 애무를 한다.
바람아 불어라, 나를 향해 더 세차게 불어다오, 이 포자 고운 옥토에 안착 시켜 뿌리 내리고 영원무궁토록 기도하는 마음으로 너의 품에 안긴다.
달갑지 않다가도 고마운 바람아, 너의 어깨에 매달려 원무 추는 것은 내 씨방의 내일을 위해 왈츠 한곡 흥겨운 춤을 선사한다.
― 저자의 말 <갈대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