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의 길
아침부터 촉촉이 비가 얌전히 내리는 날 [신송이옥천詩문학관]에 앉아 마흔여섯 번째 시집 [재생(再生)의 길]의 저자의 말을 쓴다.
파란만장한 형극의 가시덤불 헤치고 생사의 기로에서 삶을 찾아 먹구름 자욱한 길도 없는 길 누구의 조언도 지인의 안내도 없이 아집 내새우고 실패도 좌절도 무수한 설움 이겨내며 살아온 길 반추하면 오늘 이 자리가 얼마나 훌륭하고 위대한 꽃방석인지 모르겠다.
4.600편의 시 나름대로 의미 없는 시는 하나도 없다.
다 체험과 겪은 아픔을 담아 쓰고 읽고 엮은 졸작이지만 나로 써는 혼이 담긴 사리들이다.
아파도 보고 굶주려도 보고 업신여겨 보기도 했고 어느 날 하루도 편하고 행복한 날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그래도 세월 탄한 적 없고 누구를 원망한 적도 없고 누구에게 피해를 준적도 없다.
알면서도 속고 속으면서도 쓴 웃음 웃으며 이 앙다물고 지나온 세월 하나하나 시를 일기로 엮어 동두천詩문학관에 줄줄이 걸어놓고 쳐다보며 지난날을 반추할 때면 얼마나 뿌듯하고 즐거운지 시를 써 온 것이 얼마나 잘 했구나 하는 자부심이 이 가슴을 가득 채운다.
동두천에 [신송이옥천詩문학관]을 개장하고 때로는 기거하며 찾아오는 묵객 시인들과 대화 나누고 커피 잔에 얼굴 그리면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
나이 먹으니 행복하다. 여든 살이 훌쩍 넘고 보니 복이 따로 없다.
이제야 세상 다시 태어난 기분 아침 운동도 헐가분하고 원하는 음식 언제 어디서든지 먹을 수 있고 잠자고 싶을 때 하시도 잘 수 있고 누구의 간섭도 뉘게 피해도 주 지 않는 평온한 문학관 창변에 앉아 꽃구름에 시름 날리고 흐르는 동천 물 벗 삼아 오늘도 시를 쓰고 읊으며 세상 다시 태어난 기분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명상 깊이 무늬를 그린다.
― 저자의 말 <다시 태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