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애용 설명서
책을 많이 산다. 읽지 않거나 대충 훑어보다가 책장에 꽂는다. 아까워서 또 꺼내 본다. 집중하지 못하고 뭔가 내가 얻을 만한 게 있나 살펴본다. 앞 구절과 맨 마지막 구절을 읽고 책을 덮는다.
책 한 권 없는 집에서 자랐다. 책을 사는 것은 나의 어린 시절을 보상하는 것 같았다. 읽는 습관이 안 잡혀서 집중이 안 되었다.
그런 내가 책을 쓰다니…. 과연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긴 할까? 공중에 흩뿌려진 나의 많은 말과 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망으로 뜰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럴 수 없기에 시간을 내어 컴퓨터 앞에 앉아 본다.
책 안 읽는 여자가 쓴 책은 과연 어떨까? 궁금하다면 책 읽는 습관이 잘 잡힌 사람처럼 읽어 내려가길 바란다. 아마도 나는 내가 쓴 책도 읽다 말지도 모르겠다. 하하하!
방금, 이 ‘하하’도 ‘ㅋㅋ’을 써야 하나? 써도 되나? 고민하다 나온 웃음이다. 한 자 한 자 이런 고민으로 써가는 책이니 바쁘더라도 저를 지나치지 마시기를 바라본다.
나는 남이 보는 나를 의식하면서 나에게 모질게 살아왔다. 마흔이 될 무렵 나는 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그래서 나에게 나를 사랑할 시간을 주었다.
나를 아낄 시간을…….
나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은 그것은 더 사랑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자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나에게 이제 나를 곱게 애용해 달라는 의미로 “나 애용 설명서”를 써본다.
부디 나를 알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