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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과 눈물 그리고 망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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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과 눈물 그리고 망치

저자
김 을 / 류병학 저
출판사
케이에이알
출판일
2022-06-20
등록일
2023-01-17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44MB
공급사
YES24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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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김을, 망치로 미술하기!
미술평론가 류병학


“내가 작품을 통해서 꿈꾸는 궁극적인 세계는 어떤 세계인가? 명확하진 않지만 나의 내, 외면과 삶 자체 그리고 세포들의 꿈까지도 온전히 드러난 어떤 한 생(生)의 자화상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데.”

- 김을의 작가노트 <내가 하는 일> 중에서


2022년 김을은 OCI미술관에서 개인전 『김을 파손죄』를 개최했다. 당시 그의 개인전은 한 마디로 ‘감동’이었다. 관객은 일단 OCI미술관 1, 2, 3층 전시장에 설치된 1,000여 점에 달하는 김을 작품들에 압도당한다. 그리고 관객이 천여 점의 작품으로 한 걸음 들어가면 기발한 발상과 재치있는 표현에 홀딱 빠지게 된다. 또한 관객이 천여 점의 작품을 모두 보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면 거대한 사유(思惟)의 스케일에 놀라게 된다. 그러니 내가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머시라? 전시타이틀 『김을 파손죄』는 누가 어떤 의도로 작명한 것이냐고요? 전시타이틀을 작명한 OCI미술관 김영기 수석큐레이터의 육성을 직접 들어보자.

“김을이 미술 세계를 짓는 핵심 재료는 ‘정직’. 그럴듯한 거짓을 파하고, 자기만의 드로잉적 사고와 태도를 따른다. 김을의 드로잉은 굳은 틀을 ‘깨는’ 것. 거짓에 물든 회화는 ‘감옥’에 가둬야 한다. 합해서 ‘김을 파손죄’이다.”

나는 OCI미술관의 김을 개인전 『김을 파손죄』에 대해 스케치만 그려보도록 하겠다. 왜냐하면 내가 1,000여 점에 달하는 김을의 작품을 언급한다는 것은 미션 임파셔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이곳에 김을의 작품세계로 들어서기 위한 일종의 ‘프롤로그(prologue)’에 만족하고자 한다.

관객이 OCI미술관에 들어서면 무엇보다 1층 전시장에 설치된 한 채의 집을 만나게 된다. 전시장 안에 집? 그 집은 일명 ‘TZ 스튜디오(Twilight Zone Studio)’로 불린다. 김을의 ‘트와일라잇 존 스튜디오’는 용인에 있는 김을의 스튜디오 건물을 바탕으로 외관 및 구조를 따라 축소한 크기로 제작된 일종의 ‘작업실-작품’이다.

관객이 김을의 ‘트와일라잇 존 스튜디오’로 들어서면 무엇보다 벽면에 설치된 50여 개의 다양한 망치를 만난다. 김을은 ‘삶의 바닥’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한때 인력사무소에 나간 적이 있다. 그는 10여 년간 낯에는 목수 일을 하고, 밤에는 작업을 꾸준히 했다. 김을의 ‘트와일라잇 존 스튜디오’ 벽면에 설치된 50여개의 망치가 바로 당시 사용했던 망치들이다.

OCI미술관 김영기 수석큐레이터는 ‘망치’가 이번 김을 개인전의 핵심 아이콘 중 하나라면서 “‘드로잉 이즈 해머링(Drawing is Hammering)’이란 표어에서 보듯, ‘드로잉은 두드려 깨는 것’이란 메시지를 잔뜩 걸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그리는 것만이 드로잉이 아니다”라면서 “묵은 생각을 틀을 깨는 것이 드로잉적 태도”라고 해석했다.

물론 김을의 ‘트와일라잇 존 스튜디오’에는 망치들 이외에 드로잉과 오브제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스튜디오 한켠에는 작업할 수 있는 작업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다. 작업 테이블 위에는 붉은 바탕에 흰색으로 쓴 ‘아트조심’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김영기 수석큐레이터는 ‘아트조심’을 “이번 김을 개인전의 중요한 키워드”라면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저는 김을의 ‘아트조심’을 작업할 때 진중함과 유머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합니다. 따라서 이번 김을 개인전은 이런 균형을 절묘하게 잡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난 김을의 ‘아트조심’을 보면서 문득 흰 바탕에 빨간색으로 쓴 ‘불조심’을 떠올렸다. 여러분이 더 잘 아시다시피 불은 잘 이용하면 인간에게 유용하지만 잘못 이용하면 재산을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만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명까지도 앗아간다. 따라서 우리는 불을 늘 주의 깊게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오래전부터 “너도나도 불조심, 자나 깨나 불조심”을 강조했다.

머시라? 그렇다면 김을의 ‘아트조심’이 아트를 주의 깊게 다루어야 한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냐고요? 뭬야? 아트도 잘 이용하면 작가에게 유용하지만 잘못 이용하면 작가에게 치명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요? 김을은 ‘아트조심’을 “아트 세계에 들어선다 함은 삶 전체를 담보해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삶 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는 경고의 의미로 작업한 ‘텍스트 드로잉’”이라고 말한다. 네? ‘아트조심’은 작가뿐만 아니라 관객도 아트를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하는 것 같다고요?

김을은 ‘트와일라잇 존 스튜디오’ 뒤편 ‘마당(전시장)’에 10년 전부터 꾸준히 작업했던 일명 ‘장난감’들을 연출해 놓았다. 물론 그의 장난감은 바퀴가 있는 움직이는 장난감이다. 그리고 어느 장난감은 직접 관객이 타고 다닐 수도 있다. 신작 ‘아트 카트(art cart)’는 골프 카트(golf cart)를 개조한 규모가 큰 장난감이다. 물론 관객은 ‘아트 카트’를 타고 직접 운전할 수도 있다. 김을은 아트 카드에 골프채 대신 이젤과 그림 도구들을 설치해 놓았다.

그러고 보니 그림을 그리는 자동차 장난감도 있다. 그 장난감 자동차에는 쬐그만 캔버스가 놓인 이젤과 함께 그림을 그리려고 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앉아 있는 인형이 설치되어 있다. 관객이 장난감에 매달린 줄을 끌면 인형의 손이 움직여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다. 관객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린다. 그런데 줄을 끌수록 인형은 반복해서 그림을 기계적으로 반복한다. 관객은 그 광경을 보고 더 이상 웃지 못한다. 머시라? ‘장난감(아트)’을 조심하라고요?

김을은 기존 미술의 틀을 해체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 그의 ‘드로잉’은 기존의 ‘작품’을 넘어서 탈영토화 하고 새로운 영토를 만들어낸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 꿈틀대는 정신적인 문제를 독특한 ‘드로잉’으로 표현한다. 따라서 관객은 그의 드로잉을 보면서 그의 깊은 고뇌를 느끼게 된다. 이를테면 낯설고 특이한 그의 작업은 관객의 가슴과 기억에 새겨지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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