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천사와 7일간의 사랑
외계인과 지구여성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 은하천사와 7일간의 사랑 ‘지성인을 위한 연애소설’이라고 해서 도대체 어떤 이야기인가 궁금했다. 지성을 말할 때 연상되는 현학적이고 장중한 문체는 연애소설이라는 코드와는 맞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펼쳐보니 문체는 오히려 가뿐하고 속도감 있게 전개되었다. 다만 오가는 대화의 내용을 따라가려면 본의 아니게 ‘지성’을 동원해야 할 상황이 종종 있는 것이었다. 우주에서 온 외계인 은하천사는 지구인을 보기를 몸체에 돋아난 두 쌍의 돌기(팔과 다리)와 각각의 사이에 위치한 상하 ‘접속부’를 가진 시스템으로 본다. 그 중 상접속부(머리)는 인간의 사고활동을 관장하므로 인간이라는 시스템의 가장 상부에 있는 기관이 된다. 은하천사는 한국이란 곳에서 지구인 여성 운선이를 만나 대화하고 이곳의 사정을 듣는다. 한국은 최근 전사(군인)들에 의한 독재정치가 오래 계속되어서 자유로운 상접속부의 교류 즉 사상의 자유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근래 민주화가 되어서 상접속부의 교류의 자유가 상당히 실현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간이라는 시스템을 이루는 최상위 기관인 상접속부 즉 머리가 자유를 얻었는데… 아직 그보다 하위에 있는 기관인 ‘하접속부’의 교류의 자유는 이뤄지지 않아 음란관련 문제로 탄압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구의 현실을 보고 은하천사는 지구인의 시스템구조가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따르지 않는)모순과 불합리로 차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초인적인 능력을 가졌지만 어리숙하고 답답해 보이기까지 하는 은하천사… 그러나 만나가면서 둘은 서로에게 가까워지고 장래를 설계한다. 하지만 둘의 출생배경 즉 세포구조가 너무나도 달라 둘의 사랑은 벽에 부딪치게 된다. 연애소설의 형식을 빌었지만 우리가 사는 인간사회를 색다른 관점으로 보아서 다시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은하천사는 인간사회의 각종 이기주의와 싸움도 비판하지만 동물의 세계에서 당연하게 생각되는 양육강식의 형식도 비판한다. 지구의 역사를 살펴보니 옛날 공룡은 자신의 먹잇감 앞에서 당당하게 고개를 높이 쳐들고 떳떳이 사냥을 했는데 지금의 사자 등은 비겁하게(?) 몸을 납작 엎드려 접근하여 몰래 사냥을 하는 것이었다. 이것을 두고 은하천사는 지구는 갈수록 더 비겁한 자들이 지배하게 되는 퇴보의 역사를 가지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는 것이다. 이야기 중에 은하천사의 엉뚱한 재담은 많았지만 그 중 기억나는 것을 인용해 본다. “여길 뭐라고 하지요?” 은하천사는 운선의 가운데 넓게 노출된 부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농담하는 거예요? 배지 뭐예요?” 운선은 바람 빠지는 목소리로 답했다. 은하천사는 그곳에 얼굴을 더 가까이 들이대고 중얼거렸다. “이 가운데 있는 자국은 사출성형(射出成形)을 하고서 남은 것 같은데…” “아니 그래 남녀의 결합을 위한 짝의 선택을 주로 상접속부의 상태를 점검해 보아서 결정 한다고요?” “그렇다고 볼 수도 있죠. 대개 서로의 결혼을 결정하는 동기는 진실하게 서로를 이해해 준다고 믿는 것에 있으니까요.” “그래도 결혼 후 빈번히 접속하게 될 부위의 호환성 시험은 거쳐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