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를 사랑하라 1권
그를 만나면 자꾸 재수 없는 일이 생긴다. 아무래도 저 남자는 전생의 원수였나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남자가 어느 날, 나의 보스가 되었다. 섹시한 보스와 일밖에 모르는 여기자의 밀고 당기는 사랑게임.
- 본문 중에서 -
나는 그가 준 책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는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다.
“여자가 가장 섹시할 때가 언제인지 알아?”
“네?”
“막 샤워하고 나왔을 때 아니에요?”
“아니, 열심히 책을 읽고 있을 때.”
순간 나는 하승우의 말뜻을 이해했다. 하승우가 내게 다가왔다. 그는 고개를 숙여 내게 키스했다. 내 손에 들려 있던 책이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저히 그의 키스를 거부할 수 없었다. 그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널 안고 싶어. 어떤 여자도 이렇게 간절하게 안고 싶었던 적이 없었어.”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하승우의 품에 안겨 모든 것을 다 잊고 그의 여자가 되고 싶었다. 내가 갈등하고 있다는 것을 안 하승우는 나를 더 밀어 붙였다. 그의 입술이 내 입술에서 점차 목덜미 쪽으로 내려왔다. 그의 거친 숨결이 내 목을 간질이자 나는 그 아찔한 감각에 온몸을 떨었다. 그러나 미칠 것 같은 감각의 흥분 속에서도 한 줄기 차가운 이성이 내 열기를 가라앉히며 차츰 선명해졌다. 그러자 갑자기 내 입에서 예상치 못했던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는 내 반응이 의외였던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왜 웃는 거지?”
“부장님이 꼭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어린 아이들은 아무 것도 아닌 것도 못 갖게 하면 더 가지려고 떼를 쓰거든요. 지금 부장님이 딱 그런 모습이잖아요. 제가 처음부터 부장님 품에 쉽게 안겼더라면 아마 저를 두 번 다시 거들떠도 안보셨을 텐데 제가 계속 거절하니까 지금 안달이 나서 어쩔 줄 모르는 거 아닌가요?”
“예리하군. 그걸 잘 알면서 점점 더 나를 달아오르게 만드는 이유는 뭐지?”
“전 저 자신을 지키고 싶거든요. 전 정기자처럼 남자 때문에 제 커리어를 위험하게 만드는 여자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하승우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 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교차되는 것 같았다.
“상당히 이성적이군.”
“제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실 거예요. 전 부장님처럼 일류대 출신이 아니에요. 지방대 출신이 서울에 있는 메이저 신문사에 입사하기까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부장님은 상상도 못 하실 거예요. 부장님이 푸치니에서 보셨던 저의 모습은 그 일부에 불과해요. 그러니까 제가 부장님의 충성스런 부하직원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부탁이에요.”
“영리하게도 날 꼼짝 못하게 만드는 방법까지 잘 알고 있군.”
“부장님 키스가 오늘 제 이성이 마비될 만큼 매력적이었다는 건 인정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