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세의 상
경험이 많은 군보안서 감찰과장 이봉식중좌가 어느 한 살인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깊은 산속의 작은 산막에서 젊은 부부가 무참히 살해되었다.
여성은 임신 중이다.
누가, 왜서 이들을 졸지에 무주고혼으로 만들었는가?
‘미거주자’들이 산속 곳곳에 숨어 사는 북한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 속에서 육체는 물론 정신적으로 미숙한 20 세 청년 박영민이 처음으로 ‘성교’라는 무아경을 목격하면서 엽기적인 심리에 빠져드는데……
(본문 중에서)
숨 막히게 좁은 공간에서 숨 막히게 놀라운 이성의 뒷생활, ‘성교’라는 미지의 세계를 처음으로 목격한 그 밤부터였다. 뭔가 터지고, 튀어나올 듯 거칠게 요동치는 생소한 느낌, 일생을 잊지 못할 짜릿한 성감이 아니더냐.
그토록 격렬한 욕구가 쪼잔한 체구에 잠재해 있음을 전혀 몰랐던 소년이었다.
그 후로 밤은 고통의 가마로 변하고 말았다. 기운이 진하도록 기름을 짜내야만 했다.
이제는 어둠이 두려울 지경이라 해질녘이면 어쩔 수 없이 산으로 이끌리는 욕정이다.
문제는 매일 갈 수 없는 것이다. 너무 좁아 불비한 잠자리에 염치도 정도가 있기 때문이다.
어젯밤에는 주패(카드)를 핑계로 올라갔었다. 물론 빈 코를 골며 장밤을 지켰었다.
다행히도 날 밝을 무렵 부부의 거사가 있어 허사는 아니었다.
어슴푸레한 허상들은 좀처럼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자꾸 불끈거리는 방망이를 쥐고 여직 이불속이다. 모대기 듯 뒤척이는 몽롱한 환영 속에 이상한 쾌감이 부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