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중한 것에 대하여
시선집 『휫손, 미래를 꿈꾸다』를 빼고, 이번이 열한 번째 시집이다.
학자는 학문으로, 시인은 시로써 말해야 한다.
학자가 정답을 말할 때에 시인은 질문을 말해야 한다.
나는 정답을 맞추려고 애써봤지만 빗나가기 일쑤였다. 질문을 제대로 하지 못한 때문이라 생각한다.
좋은 시를 쓴다는 생각으로 한 쪽도 되지 않는 시를 1년을 두고 씨름한다며 과작(寡作)을 내세우는 것은 진정한 시인의 자세가 아니라 생각하며, 적절한 핑계로도 볼 수 없다. 시인은 어떤 조건도 걸지 않고, 그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나를 중심으로 그 주변 현상을 베껴내어 함축적으로 은유든 환유든 비유로 웅변해야 한다. 눌변인들 무슨 상관이랴.
몰라서 묻는 것은 질문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보를 요청하여 더 가르쳐 달라는 것이며, 진짜 질문은 새로운 개념으로 현재와 미래를 묻는 것이다.
어떤 사실을 아는 것에 대한 원리와 원칙의 도출을 원한다면 시에게는 필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안다고 생각한 것에 대한 그 이면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다. 다 안다는
하늘 땅 바다 강 산 나무 꽃 별 구름 바위 모래 흙 등등 이 많은 것들도
태양 달 별 오로라 번개 벼락 소낙비 이슬비 무지개 폭우 태풍 등등도
갈매기 까치 까마귀 비둘기 참새 제비 뻐꾸기 올빼미 솔개 등등도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형제자매 아내 남편 아들 며느리 사위 손주들까지
전혀 본 적도 없고 알지 못하는 천신 지신 귀신들까지도
우주 안과 우주 밖의 것에게까지도 새로운 개념을 잡아내어 질문해야 한다.
그래서 옛날에 현인들이 남긴 말들에 대해 새로 생각해보기도 했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으니, 세상은 분명 많이도 바뀌었을 텐데, 2000년도 훨씬 더 지난 그들 ― 제자백가의 말들이, 우리는 가끔 막연히 경멸 또는 무식이라는 말을 내뱉기도 하지만, 도리어 그것이 나를 얼마나 천시했는지를, 아직도 진실로서 유효한 것을 보면, 세상은 그렇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하여 가지는 않는가 보다. 유전인자는 전승되었어도 발전은 없고, 생로병사 하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줄기세포든 체세포든 인공지능이든 그 개발도 인성의 향상에는 멈추어 있거나, 멎어버린, 아니 더 뒤틀린 현상을 느끼면서, 들으면서, 보면서 지난 일들을 조용히 되돌아본다.
그리고 ‘사막’이라는 말의 울림이 나의 가슴에서 멈출 때까지 몇 편의 옛 시를 보면서 새로운 질문을 던져본다.
: 사막이 조선 ― 한국에서 무엇인가?
― 최두환, 서시(책머리글) <오늘의 슬픔은 언젠가의 기쁨의 밑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