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7년간 입을 꼭 다물었던 ‘선택적 함구증’ 쌍둥이 자매의 마음속 이야기들
“어린 시절, 나는 말을 하지 않는 아이였다.”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시절, 무려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집 밖에서는 말을 하지 못한 쌍둥이 자매가 ‘그때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꺼내놓았다.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한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친구들의 “너 바보냐?”는 놀림을 받으면서도 고개 한번 젓지 못한 시간을 생각하며, 찡그리고 한숨짓던 얼굴들을 생각하며,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스스로를 한심하고 초라하게 바라보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생각하며, 쌍둥이 자매는 글을 썼다.
자매는 이제 사회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수행하는 ‘어른’이 되었지만 문득문득 어린 시절의 상황과 감정이 떠올랐고, 내면 서랍 깊숙한 곳에 숨겨놓았던 이야기들을 꺼내 글로 적어보기로 했다. 깨진 유리처럼 아픈 조각들을 모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각각 한의사, 치과의사가 된 쌍둥이 자매는 ‘진정 잘할 수 있는 일이 제법 생긴 어른’이 된 자신들을 바라보며 “아팠던 시간이 없었더라면 능히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 말한다. 더 넓은 품과 시선으로 환자를 대하는 일, 과거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일, 오래전 자신들처럼 말하지 못하고 켜켜이 쌓인 상처와 불안을 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일…. 지금도 어디선가 불안과 침묵 속에 갇혀 있는 아이와 어른에게 쌍둥이 자매는 단 하나의 바람을 꿈꾼다. ‘우리가 써내려가는 문장들이 우리를 닮은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이 되기를….’
쌍둥이 자매의 언니. 여주보다 5분 일찍 태어난 언니이지만, 침묵의 알은 동생보다 1년 뒤에 깨고 나온다. 연세대에서 사회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했고, 해운업계의 대기업에서 7년 차 직장인으로 일하던 어느 날, ‘한의사’라는 새로운 꿈이 생겨 진로를 변경하기로 결심한다.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한의학 석사를 마친 뒤, 타인의 아픔과 상처를 돌보고 치유해주는 한의사로 일하고 있다. 여행을 사랑하는 평화주의자이다.
언니의 첫인사: 나는 늘 혼자였다
동생의 첫인사: 나는 얼음이 되곤 했다
1. 하루가 빨리 흘러가버리길 바랐다
초승달 모양의 손톱자국
시간은 쌓여갔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김 굽는 날
비밀 놀이터
나의 동생 여주에게
날 닮은 너
“잘 자라줘서 고마워”
때론, 투명인간이 되고 싶었다
나와 다른 너
어린 나를 안아준다
노을
나의 언니 여진에게
2. 성장통은 성장기에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마음껏 외로워질 수 있는 시간
발
후회하게 될 줄 알면서도
나의 바이올린
쌈짓돈
새로운 꿈, 치유
나의 동생 여주에게
눈 위의 삼남매
두 사람이 울던 약국
동그라미 그리려다
나의 계춘할망
문신 아이
바나나가 너무 맛있어서
나의 언니 여진에게
3. 그렇게 조금씩 내가 되었다
아침에 만난 머핀 요정
밥 아저씨
입술 안에 감춰둔 소망
작고 소중한 등줄기
심장에게 말을 건네다
나의 동생 여주에게
공생
얼음땡
혼자 노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줌싸개
장지 가는 길
나의 언니 여진에게
당부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