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용의 후예
통일신라에서 고려로 넘어오는 길목에 후삼국 시대가 약 36년간 존재했다. 짧은 시대구분에 포함이 되지만 이 시대를 잘 들여다보면 통일신라 후기 사회의 문제점과 고려 초기의 혼란한 정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시기는 한 시대에서 다른 시대로 전환하는 징검다리 역사와 같다. 후삼국 시대를 생략하고 통일신라와 고려의 역사를 충분히 이해한다고 할 수는 없다. <br /><br />그래서 필자는 헌강왕 때 울산지역의 유력한 호족 가문에서 출발한 처용 설화를 시발점으로 역사서에 등장하지 않는 처용의 후손을 살려내어 울산의 호족 박윤웅을 디딤돌로 고려로 넘어가는 이야기를 전개했다.<br /><br />박윤웅은 신라 왕실의 자손이자 울산지방 대표 호족으로 역사에 실존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는 왕건에 귀부하여 고려 중심으로 후삼국을 하나로 통일하는데 기여했다. 그가 고려로 귀부하는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갈등을 묘사하여 당시 견훤과 왕건에게 귀부하는 많은 지방 호족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게 했다.<br /><br />사실 고려는 호족들이 세운 통일 국가다. 그래서 왕건은 각 지방 호족의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 적극적인 혼인동맹을 맺어 역사에 등장하는 부인만 무려 스물아홉 명이다. 당시에 이렇게 호족 중심으로 자주적인 통일을 이룩해 냈지만 정작 역사에서 소외되고 있는 계층이 지방 호족들이었다. 이제 그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국가를 위해 어떤 선택을 했는지 직접 책으로 만나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