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을 만큼 힘들 때 읽는 한국 단편 소설
이 책은 일이 잘 안 풀리고 힘들 때나 죽고 싶을 만큼 힘들 때 읽으면 한국 근현대사 시기에 이렇게 힘들게 살았던 사람들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작게 나마 위안을 받게 된다. 사회를 냉소적으로 풍자하면서 그 속에서 삶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면서 아주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개인은 개인대로 혹은 그 개인이 가족과 국가를 지키기 위해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는 것을 얻게 된다.
여러 근현대 시기 한국 작가들 중 한국인이 좋아하는 최학송, 김유정, 채만식의 소설을 여러 편 엮었다. 최학송은 <탈출기>(1925)에서 간도에 가면 사람답게 살 기회라 있을 것이라 여겨 가족을 데리고 가지만, 거기에서조차 기득권을 가진 자들 밑에서 살아야 함을 깨닫게 된 한 가장을 그렸다.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권리마저 지키지 못하는 간도에서의 현실에 비통해하다가, 가족을 버리고 항일단체에 투신하며 다른 이에게 편지를 써서 알려주는 편지글 형식이다. 일제강점기하의 우리의 사회상과 선조들의 헌신 및 소시민들의 삶과 생활상을 볼 수 있다.
채만식은 검열을 받아야 하는 수준의 풍자 소설을 많이 쓰다가 친일하여 일제에 부역하기도 하였으나, <레디메이드 인생>(1934)이라는 단편 소설은 당시 소위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의 비애를 그린 소설로 인정 받았다. 레디메이드라는 단어는 영어로 기성품이라는 뜻이다. 필요하면 그때 그때 빨리 만들어 쓰이나, 필요가 없어지면 가차 없이 버려지는 기성품. 세계 대공황 속에 일자리를 잃은 지식인이 살아가는 사회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어 그 의미를 같이 생각하는 기회가 생기기를 바란다.
김유정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로 춘천의 자랑이기도 하다. 그의 소설들은 아주 사랑스럽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위주로 글을 썼기 때문에 그때의 생활상을 잘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염치 없이 막 되어 먹은 인간이라는 뜻의 제목인 <만무방>(1935), 시대 상황을 반영한 금을 모티브로 한 <금 따는 콩밭>(1935), 그리고 그의 유작인 한 부부의 쉴 곳 없는 혹독한 삶을 다룬 <땡볕>(1937)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