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정신 일본 문학 시리즈 20>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망상이라도 좋다! 소리 높여 청춘을 구가하자!”
일본판타지노벨대상을 수상하고 데뷔한 교토의 대학원생(당시) 모리미 토미히코가 “교토의 『이상한 나라 앨리스』를 써보자”고 마음먹고 쓴 판타지 연애소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나오자마자 문단과 독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면서 단번에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으며, 일본의 유력 출판전문지 《다빈치》의 “올해의 책”(1위), 일본 서점대상(2위), 기노쿠니야서점 베스트텐(2위) 선정의 기염을 토하더니 드디어 제20회 야마모토슈고로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흑발의 귀여운 아가씨를 향한 망상폭주 자의식초과잉 순정파 대학생과
사랑스러운 괴짜들이 그려가는 청춘 그래피티
이야기의 골격은 ‘검은 머리 귀여운 후배 아가씨’를 짝사랑하는 어수룩한 선배 남학생의 안타까운 분투기. 하지만 무대가 되는 교토의 마을과 대학 등을 독특한 공간으로 변환시키고 여기에 애니메이션풍의 유쾌하고 비현실적인 캐릭터들을 대거 등장시킨, 아주 뛰어난 ‘망상력’이라는 엔진을 달고 질주하는 이야기다.
주인공 ‘나’는 한 여자에 대한 뜨거운 연정으로 가슴을 태우며 고뇌하고 있다. 그녀는 윤기 있는 검은 머리를 단정하게 자른 아담한 체구의 귀여운 ‘아가씨’. 그녀는 문자 그대로 ‘아가씨’의 속성을 다 갖추었다. ‘여성’으로서의 성적 이미지보다는, 어디까지나 맑고 깨끗하고 천진난만한 캐릭터다. 이 책은 바로 이 세상 남자들의 이상형을 그대로 구현한 것 같은, 현실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아가씨’에 대한 망상 가득한 한 남자의 짝사랑이라는 그 전형적인 시추에이션을 발판으로 하여 독자들을 단번에 이야기 속 망상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공중부양을 하는 대학생 히구치, 악덕 수집가에게 책을 빼앗아 세상에 돌려보내는 헌책시장의 신, 사랑을 이루기 위해 일 년 동안 팬티를 갈아입지 않은 ‘빤스총반장’, 고약한 고리대금업자이자 사랑스러운 술꾼 이백 씨, 그리고 길가의 구르는 돌멩이처럼 그녀라는 성 주위의 해자를 착실히 공략하는 주인공 ‘나’까지 현실과 망상이 뒤섞인 캐릭터들이 즐비한 이 소설은 주인공 ‘나’와 그녀의 관계 이외의 모든 것들을 판타지적 상상력으로 눙쳐내어 독자들을 꿈과 현실 속에서 기분 좋게 몽롱하게 만든다.
현실에서 판타지의 세계로 종횡무진 부유하다
순진문구 리얼리티, 위풍당당 판타지, 지브리의 차기작?
작고 가냘픈 몸매, 가지런히 자른 검은 단발머리, 고양이처럼 변덕스러운 걸음걸이, 가끔은 특기인 두 발 보행 로봇 스텝……. 세상만사에 호기심 만발이요, 엄지를 안으로 감싼 쥔 주먹을 위험한 순간마다 날리는 ‘친구펀치’를 구사하고, “나무나무”라는 주문을 시도 때도 없이 읊조리고, 주당들을 단번에 제압해버리는 대단한 주량에, 삼척동자도 속지 않은 구라(?)에도 언제나 순진하게 눈망울을 깜빡이며 속아 넘어가는, 유례없이 다양한 매력과 귀여움을 겸비한 서클 후배 ‘그녀’. 그런 그녀를 좇는 ‘나’는 어떻게든 그녀의 눈에 띄려고, 밤낮으로 그녀의 행선지에 출몰하나 고백은커녕 말도 못 붙이고, 머릿속에는 망상만이 폭주한다. ‘쓸데없이 자존심만 높은 우유부단한 남자’ 대회에 나가면 그랑프리 감이 되고도 남음직한 캐릭터다.
그래도 그는 아가씨의 사랑을 얻기 위해 백야귀행의 밤거리를 파김치가 되도록 돌아다니고, 매운 냄비요리 먹기 시합에 나가 온몸이 불타는 혈투를 치르고, 축제로 떠들썩한 대학 옥상에서 추락해 저승길 앞에서 가까스로 유턴하며 목숨을 건 대활극을 펼친다. 그리고 겨울, 그는 지독한 감기에 걸려 옴짝달싹못하는 와중에도 그녀를 그리워하는데, 매번 아슬아슬 결정적으로 스치듯 지나치기를 반복하던 두 사람 사이가 다음 해 봄, 마침내 테이블 하나의 거리만큼으로 좁혀진다.
기기묘묘한 캐릭터들 외에도 반짝반짝 빛나는 요상한 등장 소품들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술꾼 이백 씨가 타고 다니는 3층 전차(만화 『도라에몽』에 나오는 것 같은), 가짜 전기부랑이라는 술, 대학축제 강의실 한구석에 등장한 거대한 ‘코끼리 엉덩이’, 자전거와 폐품을 모아 만든 ‘풍운괴팍성’, 회오리바람과 함께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단잉어 등등이다. 짝사랑하는 남녀의 애타는 술래잡기를 배경으로 등장하는 이 기상천외한 물건들과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시추에이션들은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유쾌하기만 하다. 즉, 인간도 우주인도 요괴도 유령도 모두 함께 뛰노는 판타지의 전형적 스토리로 달려 나가는 것이다. 이런 세계관에 대해 리얼리티 운운하는 것은 그 자체로 난센스다.
머뭇거리는 순정 청년과 그런 그의 분투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순정 아가씨, 그리고 그런 그들을 둘러싼 사랑스러운 괴짜들이 만들어가는 밝고 환상적인 이야기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지브리의 차기작으로 추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세계에서 다카하시 루미코의 만화 캐릭터들이 걸으면서 인간의 철학을 논하는 것 같은 소설!” “나츠메 소세키가 쓴 헤이세이시대의 러브코미디 같다” 등등 독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위풍당당 판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아마존저팬 독자들의 폭주하는 애정 공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세계에서 다카하시 루미코의 만화 캐릭터들이 걸으면서 인간들의 철학을 논한다? (gomame)
지브리 스튜디오의 차기작으로 추천한다. (토토로의 잠꼬대)
이런 소설,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다. (아파트)
뉴 장르인가! 연애소설의 벽을 훌쩍 넘어선다. (뽕나무 열매에 맺힌 거품)
25년 동안 내가 읽은 소설 중에 최고! (andouchable)
통절하게 속편을 기다린다. (대나무 사다리)
사랑을 예감케 하는 태연스런 결말, 이 조용한 라스트가 나를 책의 세계에서 현실로 귀환시켜주었다. (꿈을 좇는 벌레)
책장을 넘기자마자 눈 깜짝할 사이에 이미 이상한 나라에 발을 딛고 있다. (하파)
한 손에는 톨스토이를, 한 손에는 이 소설을! (학생)
이토록 흔들리지 않는 세계관이라면 칭찬받아 마땅하다! (아시아의 숨결)
이 책을 수중에 넣은 걸 감사하라. (스크루지)
헤이세이시대의 러브코미디를 소세키가 쓰면 이렇게 될까?(일공당) 나무랄 데 없는 만점 소설. (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