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현대 문명의 병폐와 가치의 붕괴를 상징적, 비판적으로 해석한 헤르만 브로흐의 '박물 소설'. 헤르만 브로흐는 20세기 초 유럽의 선구적인 작가이지만 우리 나라에선 그의 작품들이 인용되는 수준에 그쳐왔다. 이 책은 저자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으로 작가의 작품 세계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몽유병자들』은 총 3부로 이루어진 연작 소설로 19세기 말부터 제 1차 세계 대전 말까지를 배경으로 가치 붕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의 내부 풍경을 지적이고도 섬세하게 그린 책이다. 오늘날 우리 문화가 앓고 있는 질병과 가치의 붕괴를 상징적으로 또는 비판적으로 해석하였다. 총 3부작으로 이루어진 연작 소설의 구성은 낡은 가치들이 무력해지고 매몰되는 과정을 미적인 형식으로 구현하는데 효과적이다. 이 책은 상,하로 나뉘어 출간되었다.
저자소개
1886년 오스트리아 빈 출생, 빈 근교에서 방직 공장을 경영하던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부친의 권유로 가업을 잇기 위해 섬유공학을 전공한 후 수년간 공장을 맡아 운영했다. 그러면서도 문학과 철학 서적을 탐독하며 로베르트 무질, 라이너 마리아 릴케 등 당대의 문인들과 꾸준히 교류했다. 41세에 뒤늦게 빈 대학에 입학하여 수학, 철학, 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 이듬해에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장을 정리한 후 '정신적 추구'에 전념했다. 모리스 슐리크, 루돌프 카르나프 등을 중심으로 한 빈 학파에서 논리실증주의 철학을 공부하기도 했으나 인간 내면의 형이상학적 의문이 학파 내에서 허용되지 않자,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개척해 나가기 시작했다. 45세 때 첫 소설 『몽유병자들』(1931)을 발표하고, 당대의 대문호 토마스 만으로부터 "경탄할 만한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1938년 오스트리아가 나치 독일에 합병되었을 때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체포되었으나 제임스 조이스를 비롯한 지인들의 도움으로 석방된 후 미국으로 망명했다. 체포 당시 감옥에서 죽음을 예감한 상태로 써내려간 작품이 훗날 그의 대표작이 되는 장편 『베르길리우스의 죽음』이다. 죽음을 앞둔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를 내세워 인생과 예술의 근본적 의미를 탐구한 이 작품은 1945년 독일어와 영어로 동시에 출간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의식의 흐름 기법과 철학적 사색을 결합시킨 독특한 스타일로, 제임스 조이스, 로베르토 무질 등과 함께 20세기 초 혁신적인 현대 소설을 개척한 작가로 꼽힌다. 1950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이르고 예일 대학교 명예교수가 되었으나 이듬해인 1951년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주요 작품으로 『미지의 크기』(1933),『죄 없는 사람들』(1950), 유작이자 미완성작인 『유혹자들』(1953)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