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에디스 네스빗 고딕 소설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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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스 네스빗 고딕 소설 단편선

저자
에디스 네스빗 저
출판사
바톤핑크
출판일
2024-12-10
등록일
2025-03-27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15MB
공급사
YES24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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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 보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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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영국 노동당의 전신 중 하나인 ‘페이비언 협회’의 공동 창립자. 아이든 어른이든 한번쯤은 봤을 ‘모래요정 바람돌이’ 저명한 사회주의 운동가이자 아동 문학가로 기억되는 에디스 네스빗이다. 그러나 오늘 소개하는 네스빗은 조금 결이 다른,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고딕 소설을 잘 활용한 작가다. 기득권과 사회체제의 폭력성을 드러내는 것도 그 목소리의 일례. 네스빗의 고딕 단편 5편을 수록한다.

「두 세대용 단독주택의 비밀 The Mystery of the Semi-Detached House」(1893)
빅토리아 시대 말, 세기 전환기에 고조됐던 심령주의 관심이 반영된 단편. 천리안 또는 투시력이 소재다. 평온해 보이는 중산층 주택가, 결혼을 앞둔 남자가 여자를 만나려고 기다리는 중이다. 밖에서 봤을 때 어딘지 이상해 보이는 여자의 집으로 들어간 남자, 뜻밖의 섬뜩한 일이 벌어져 있다. 그런데 알고보니 헛것을 보고 환영에 놀랐던 것. 그 후로 남자와 여자는 결혼식을 올리고 찜찜한 그 주택에서 별 탈 없이 이사까지 가지만 예기치 못한 충격이 기다리는데......

「대리석 등신상 Man-Size in Marble」(1887)
에디스 네스빗의 대표적인 고딕 단편. 네스빗이 보여주는 고딕소설의 다양한 스펙트럼 중에서 유머와 웃음기를 뺀 날것의 공포에 가깝다.

화자인 나는 ‘이상적인 여자’ 로라와 결혼해 신혼생활을 시작하는데, 집을 구하는 문제부터 가난한 예술가 부부한테는 녹록지가 않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운 좋게 ‘값은 저렴하되 위생적이고 그림 같은’ 운치가 있는 집을 구하는데 성공한다.

남편은 화가로 아내는 작가로 서로 협업을 통한 생계 문제도 해결되는데, 이들 부부에겐 집안일을 도와주는 마을의 도먼 부인이 여러모로 큰 힘이 된다. 문제는 10월말 할로윈을 앞두고 도먼 부인이 일을 그만두겠다는 것. 게다가 그만두는 이유가 그 집과 관련된 음침한 전설 때문인데…….

「17호실 Number 17」(1891)
유령 들린 집이라는 흔한 소재에 조금은 독특한 결말. 「대리석 등신상」과 달리 이번엔 유머가 가미된 작품이다.

세일즈맨들이 주로 묵어가는 어느 호텔. 이 호텔의 객실 17호실에 묵은 투숙객들이 하나둘 면도날로 자기 목을 갈라 자살한 채로 발견된다. 호텔 측은 이 객실을 폐쇄하는데, 뜻하지 않게 이곳에 묵었다가 생존한 남자가 자신의 경험을 동료 세일즈맨들에게 들려준다.

결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할 수도 있는데, 작가 네스빗의 문학적 주장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은 체구의 말쑥한 남자와 유령을 믿지 않는다면서 사사건건 헤살을 놓는 거구의 위압적인 남자. 이들의 대립구도는 한물간 낭만주의와 당대의 대세였던 리얼리즘의 구도로 치환될 수 있다. 네스빗이 초자연성을 앞세운 낭만주의로 이성과 합리의 리얼리즘에 반격을 취한다고 할까.

「존 채링턴의 결혼식 John Charrington's Wedding」(1891)
이번에도 작가 네스빗의 부정적인 결혼관이 반영된 단편.

번번이 청혼을 거절당해도 칠전팔기의 도전정신과 결단력으로 마을 최고의 미인을 아내로 맞이한 존 채링턴. 하루아침에 짝사랑 메이 포스터를 잃게 된 마을 총각들은 속이 쓰리다. 채링턴의 신랑 들러리를 서기로 화자도 그 중에 하나. 문제는 결혼식을 앞두고 급한 일이 생겨서 마을을 떠났던 채링턴이 결혼식 당일에 보인 충격적이고 괴랄한 행적이다.

이번에 작가 네스빗은 남편과 아내를 둘 다 죽인다. 다만 남편은 죽어도 죽은 게 아니다. ‘집안일은 죽어도 싫다’는 빅토리아 시대 말의 신여성(New Woman) ‘로라’(대리석 등신상)도, 우아하고 도도한 ‘메이 포스터’(존 채링턴의 결혼식)도 죽음과 비극을 피해가진 못한다. 약자와 피해자를 죽임으로써 그 원인으로 불의와 폭력을 드러내려는 의도일까?

「그림자 The Shadow」(1905)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들. 남자 하나 여자 둘. 이중에서 둘은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다. 남은 여자, 미스 이스트위치는 아직 미혼으로 가정부 일을 하고 있는데,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젊은 아가씨들의 요청에 따라 유령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실 미스 이스트위치 자신의 이야기고, 작가 네스빗의 이야기다.

미스 이스트위치가 들려주는 이야기, 그 얼개는 단순하다. 그림자라는 제목이 암시하는 자책, 비밀, 삶의 어두운 면들도 상투적인 메타포다. 그런데 새카만 웅덩이처럼 웅크린 그림자 속에 굉장히 많은 상징들을 녹여서 풀어내는 작가의 필치는 독특하고 매혹적이다.

삼각관계, 남겨진 하나만의 분노, 둘이 공유한 죄의식, 육체적 관계를 통해 셋(어쩌면 넷)이 공유한 어떤 병마의 그림자…… 표현하지 않는 것들을 아주 많이 담아내고 있는 고딕 단편. 참고로 작가 네스빗의 남편은 작가의 절친인 앨리스와 지속적으로 외도를 일삼았다. 분노하고 절망하던 네스빗은 앨리스를 내치지 못하고 오히려 함께 생활했다고 한다. 네스빗은 남편과 앨리스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을 입양해서 키웠다. 네스빗의 혼돈과 격정의 결혼 생활이 트라우마로 투영된 여러 작품 중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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