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곧 생명이라
“색즉시공” 시리즈는 색으로 읽는 공포와 공상을 주제로 한다. 특정 색을 중심으로 하거나 여러 색을 병치하는 방식으로 공포와 공상을 전하려고 한다.
「피는 곧 생명이라 For the Blood is the Life」는 구약성경 『신명기』에서 인용한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 120년 전에 발표되어 당대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뱀파이어 단편 중 하나로 성공을 거두었다.
이탈리아 남부의 칼라브리아 해안에 있는 오래된 종루가 배경. 이 종루를 안식처로 이용하는 화자는 어느 날 예술가 친구를 데려와 함께 저녁식사를 즐긴다. 그런데 달빛에 비추는 멀리 둔덕에서 불가사의한 현상이 일어난다. 그 둔덕은 사실 무덤이다. 그 무덤 위에서 움직이는 듯한 무엇인가, 시체다. 예술가 친구는 달빛에 의한 착시 현상이겠거니 여기는데, 아니다. 진짜다.
물론 화자는 오랫동안 그곳에 출몰해온 그 불가사의한 환영에 익숙하다. 그리고 미리 조사를 하여 그 내막을 알고 있다. 이제 화자가 자신이 알아낸 그 진상을 친구에게 들려주는 액자 소설의 구성을 취한다. 살인 범죄, 비극 그리고 뱀파이어. 지금도 뱀파이어 대표작의 하나로 꼽힐 만큼 음산한 분위기에 녹아있는 긴장과 공포가 수준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