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기본 원리
글을 쓴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수많은 생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써나가기 시작했지만 글을 쓰다보면 벽에 부딪힌 것처럼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태에 처하기도 한다. 아예 처음부터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기도 한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글을 쓰는데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더구나 논술 시험이라면 평가 받는데 대한 두려움까지 따른다. 그러나 이는 불필요한 두려움이다. 잘 썼든 못 썼든 간에 모든 글에는 가치가 있다. 아무 것도 없던 상태에서 최소한 무언가를 이루어내었기 때문이다.
글 쓸 일은 너무나 많다. 하루 일과 대부분을 문서를 작성하는데 보내야하는 직장인도 많다. 대학생이라면 보고서나 논문 작성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상품이라면 매뉴얼이 따라붙는다. 인터넷 홈페이지 글은 물론 댓글도 글쓰기를 요한다. 문서 하나로 커다란 거래가 성사되기도 하고 문서 하나로 커다란 분란이 일기도 한다. 글쓰기가 원활하지 않으면 이 모든 일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은 자신이 지닌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글 쓰는 일이 어렵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글쓰기 교육 자체가 부실했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 교육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나 중고교 교육의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글쓰기 교육의 필요성을 크게 인정하지 않는다. 고등학교의 작문 과목이나 논술 시험도 선택적이다. 이는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모든 글쓰기 교육을 필수화하고 체계화한 미국과는 크게 대조된다.
논술이란 논의하고 서술하는 글을 말한다. 이에 비해 논증은 논의하고 증명하는 글을 말한다. 그러나 논술과 논증은 사실상 같은 용어다. 주장의 타당성을 증명하지 않는 논술은 설득력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증명이 따라야하고, 서술 즉 설명이 없는 논증은 이해가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서술이 따라야하기 때문이다. 영어권에서는 중고등학교 작문을 Essay라고 부른다. 이는 일반적인 의미의 수필이 아니라 논술에 가깝다. 대학의 작문을 지칭하는 용어인 Expository Writing도 직역하면 설명문이지만 이 역시 설명보다는 주장을 드러낸 글이라는 점에서 논술에 가깝다. 따라서 이 모든 종류의 글을 단순히 “논술”이라 부를 수 있다.
글쓰기를 학습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방법은 이른바 관찰론이다. 이는 글이란 이미 써 놓은 것을 관찰할 수는 있지만, 새로운 글을 쓰기 위한 어떠한 원칙도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좋은 글을 쓰려면 무조건 많이 읽고 따라해 보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이다. 글쓰기 학습서 중에서도 이 방법을 채택한 것들이 많다. 저명한 글을 나열하고 여기저기 간단한 팁을 제공하는 수준의 책들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는 조금 무책임한 방법이다. 아무런 원칙도 없이 그저 무작정 많이 읽고 따라하는 것만으로 좋은 글을 쓰게 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둘째 방법은 이른바 생성론으로서 일정한 원칙을 적용하면 거의 자동적으로 글을 생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글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패턴을 정형화시킨 원칙을 학습하고 적용하면 비교적 손쉽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논술을 써야 하는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이러한 글쓰기 원칙이다. 이는 그 원칙만 알고 나면 별로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원고지를 채워나갈 수 있는 그러한 원칙을 말한다.
이 책은 생성론에 바탕을 둔 책이다. 아무런 원칙 없이 학습자 스스로 타인의 글에 내재한 패턴을 찾아내고 그것을 따라가게 하기보다는, 일단 기본적인 원칙을 습득한 다음에 자신만의 개성적인 문체를 개발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물론 생성론을 적용하기도 그리 쉽지는 않다. 글이란 워낙 다양해서 모든 글을 일정한 패턴으로 분류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정형화된 원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