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날도 다른 날과 다름없이 집을 나서서 개천을 따라 걷다가 산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도착했다. 문득 달라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땅만 보
고 하늘만 보고 걷던 때는 눈에 안 들어온 길 옆의 나무와 화사한 색이
물든 꽃들이 보였다.
‘내가 다른 길로 왔나?’
그러나 길이 달라진 것이 아니고 계절이 바뀌고 있었다. 나는 전혀 몰
랐다. 사는 게 너무 비장하면 하늘도 안보인다더니 2년 가까이 죽기 살
기로 걷기만 하느라 그동안 계절이 바뀌고 꽃과 나무가 변신하는줄 몰랐던 것이다.
가지고 있던 스마트폰으로 하나 둘 담기 시작했다.
신기한 일이었다. 하루 하루가 다르고 이전에는 전혀 눈이 안갔던 곳
을 나도 모르게 찾아보고 달라지는 모습을 찍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은
꽃과 나무, 개천과 들판, 언덕과 숲이 도대체 그동안 왜 내게는 안보였을
까? 어디에 숨었다가 이제 짠! 하고 나타나는 걸까?
그렇게 점점 길을 걷는 내 시간은 길어지고 사진은 점점 많아졌다. 스
마트폰에 담기 시작한 주변의 모든 사물들과 하늘, 저녁노을 등이 어느
새 천장이 넘어 오천장, 만장, 이만장이 넘어설 무렵 카메라 욕심이 자꾸
났다. 작은 야생화를 가까이 접사로 찍고 싶고 멀리 있는 산과 새들도
담고 싶어졌다.
그렇게 걷고 찍고 보고 담으면서 나는 계절마다 감탄을 하기 시작했
다. 60여년 가까이 살면서도 이렇게 자연이 날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
는지 몰랐다. 난 뭘 보고 무슨 생각하며 살았나? 아까운 세월을 보낸 아
쉬움을 대신에 남은 시간에 더 자세히 더 자주 보자는 각오를 했다.
이제 아까운 사진과 생각들을 나누고 싶어 이렇게 책으로 담는다. 아
주 가까운 사람에게 주고 싶어서다. 너무 힘겹게만 산 내 표정을 보느라
그동안 부담스러웠을 주변 고마운 분들에게!
목차
1부
발길 닿는 대로 걷고
1.계단은 꿈도 못꾸는 사람 / 2.구멍난 나뭇잎이 바람에 날리듯 / 3.날마
다 내리는 비 / 4.그림자도 예쁠 수 있다 / 5.그래서 그랬나 보다 / 6.앞
으로만 가는 길이 있다 / 7.단 맛 짠 맛 쓴 맛 / 8.흔들리며 사는 순종 /
9.날마다 보내오는 엽서 / 10.나는 부들이라고 해 / 11.많이 힘들었구나
/ 12.오늘도 걷는다 / 13.허튼 맹세는 어디로 가고 / 14.작은 소리 작은
기도 / 15.모든 빛은 그림자를 만든다 / 16.새가 남기고 간 흔적 / 17.들
리지 않아도 아는 말 / 18.오가지 못해도 함께 하는 섬 / 19.당신은 누구
시기에 / 20.거기서 거기 / 21.천국에서도 못 산다던 사람 / 22.큰 바위
를 치우면 다음 작은 바위가 커진다 / 23.발은 땅에 묻고 그리움은 하늘
로 / 24.나가는 문 들어오는 문 / 25.갈 때도 아름답게
2부
보이는 대로 보고
26.다시 찾은 기억 / 27.오늘이라야 하는 것 / 28.각자 할 일 / 29.그때
의 사랑을 회복하려 / 30.날마다 다시 뜨는 해 / 31.오늘이 전부인 것처
럼 살기 / 32.밤이 아닌 낮에 꾸는 꿈 / 33.상한 갈대도 꺾지 않으시고
/ 34.사철 피는 꽃은 없지만 / 35.잃어 버린 것 / 36.두 개의 길이 만나
면 / 37.오래될수록 편해지는 것이 있다 / 38.내 안의 향기를 회복할 수
있다면 / 39.뜨거움이 아름다움을 더 보탠다 / 40.희망은 기쁨을 부르
고 / 41.내려가야할 때는 내려가야 / 42.나는 모른다 그래도 / 43.비 내
리는 세상과 밝은 세상 / 44.감사는 나이순이 아니다 / 45.흙덩어리 이
몸에 생기가 돌아온다면 / 46.우주보다 귀하다는데 / 47.추억은 힘이
다 / 48.어느 오후의 은총 / 49.낱개로, 때로는 곁사랑으로 / 50.흔들리
는 설계자
3부
느끼는 대로 생각하며
51.오늘은 끝 날이 아니니까 / 52.새는 죄가 많아서 우는 것이 아니다
/ 53.내 것 아닌 내 것들 / 54.누구나 등짝에는 그늘이 있다 / 55.나는 무
슨 색일까? / 56.고난도 꽃이 되는 계절 / 57.내 그림의 여백은 / 58.내
어둠을 밝ㄹ히는 등불은 / 59.앞이 안보이는 길을 갈 때 / 60.오르는 길
은 언제나 힘들어 / 61.사람은 잘 안 변하지만 / 62.24시간도 정직하기
란 너무 힘들어 / 63.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지 / 64.비록 죽음을 피
하지 못해도 / 65.시간에는 답이 없다 / 66.영호니 머무는 곳 / 67.그릇
이 깊으면 많이 담긴다. 기쁨도 슬픔도 / 68.말하지 않으면 한걸음도 앞
으로 모가 / 69.말 못하고 속태우는 이유 / 70.다짐하며 걷는 겨울 길 /
71.겨울바람에 겁이 나는 사람 / 72.늘 옳은 말은 없다 / 73.아무도 모르
게한 이유는 뭘까? / 74.가장 기억에 남는 밥 / 75.사랑과 사육의 차이
4부
감사로 기억에 담기
76.나도 몰랐던 내 아이들 / 77.꿈속까지 따라오는 실직 악몽 / 78.거
리두기 라는 배려 / 79.비바람이 부는 까닭은 / 80.아버지의 나이가 되
어뵈 / 81.욕심은 갈등을 지나 미움으로 / 82.새로운 데이트, 사진담기
/ 83.적응 못하는 사람 / 84.너무 어려도 너무 늙어도 안되나? / 85.참
아야 얻는 것들 / 86.가장 큰 걱정 / 87.시간은 냉정하다 / 88.믿음은
안보일 때 가지는 것 / 89.마음은 생각과 감정의 동거 / 90.나이들어
간다는 것 / 91.다시 일어나는 이유 / 92.우리 속에는 폭탄이 있다 /
93.사람과 계절 / 94.바람이 불어도 일어나는 사람 / 95.누군가에게는
쓸모가 있기를 / 96.노인이 된다는 슬픔 때문에 잊은 것 / 97.걱정은
해도 안해도 상관없다 / 98.문턱을 넘어야 방에 들어간다 / 99.기억은
무섭다 / 100.누구나 혼자 가야 하는 끝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