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눈을 감지 않는다
전미를 충격에 빠트린 FBI 10대 지명수배자 실화
인간의 일그러진 본성에 대한 내밀한 기록
“지독한 악당이었던 인물의 초상,
그리고 극도의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찾은 이의 이야기” _《북리포터》
다정하고 상냥한 이웃이 알고 보니 30년 넘은 미제 사건의 범인이자 2번의 탈옥, 4번의 방화, 5건의 살인을 저지른 사형수였다면? 이런 소설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처음 보는 사람도 큰돈을 턱턱 빌려줄 정도로 신뢰가 가는 인상에 어딜 가든 인기의 중심이지만 집에서는 통제 불가능한 폭군으로 군림하는 두 얼굴을 가진 악마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 있다. 바로 《기억은 눈을 감지 않는다》이다.
2009년 어느 날, 에이프릴 발라시오는 위스콘신주 워터타운이라는 지명을 불현듯 떠올렸다. 그리고 1980년에 발생해 미제로 남은 ‘스위트하트 살인 사건’을, 사건이 일어난 직후 도망치듯 그곳을 떠난 일을 차례로 기억해 냈고,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 의문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 오직 기억으로 이루어진 심증뿐. 경찰이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동생은 끔찍한 생각이라며 말렸다. 맞는 말이다. ‘정말 아빠가 살인자라면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되는 걸까?’
하지만 에이프릴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날 밤, 그녀는 경찰서에 직접 전화를 걸어 아버지를 신고했다. 결정적 전화 한 통을 계기로 포위망을 좁히기 시작한 경찰은 몇백 킬로미터를 한달음에 달려 아버지 에드워드 웨인 에드워즈를 찾아갔다. 갑작스러운 경찰의 방문에도 놀란 기색 없이 거짓말을 늘어놓던 에드워즈는 돌아가는 형사들을 친근하게 배웅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체포됐다. 이후 에이프릴에게 닥친 일들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고발에 반대했던 일부 가족들은 그녀와 연을 끊었고, 제 손으로 가족을 무너뜨렸다는 사실과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사건을 왜곡하는 언론 및 주위의 관심은 그녀를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그러나 에이프릴은 절망에 빠지는 대신, 아버지가 저지른 범죄의 진실을 세상에 정확히 알리리라 결심한다.
이 책은 조각난 40여 년의 기억의 파편을 맞춰 잔혹한 진실의 퍼즐을 완성해 나가는 여정이다. 독자는 이 길고도 짧은 여정을 통해 한 사람이 어떻게 일그러진 내면을 갖게 되는지, 그의 욕망과 그것이 구현되는 원리, 그리고 ‘사이코패스’로 분류되곤 하는 인물이 범죄자가 되지 않으려면 어떤 결핍이 채워져야 하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알게 된다. 또한 폭력과 학대 속에 방치되어 성장한 사람이 희망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과 고통스러운 기억을 마주함으로써 자신의 상처, 그리고 더 나아가 다른 이들의 상처까지 치유해 나가는 과정은 독자에게 훼손된 삶의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며 커다란 용기와 감동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