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푸른 돌
아무도 없다는 말이 얼마나 눈앞을 캄캄하게 만드는 것인지다른 사람들의 존재가 얼마나 밝은 빛을 띠는 것인지《애주가의 결심》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은모든 작가가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와 《한 사람을 더하면》에 이어 네 번째 장편소설 《세 개의 푸른 돌》을 펴냈다. 감각적인 소재와 유려한 문장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매력적인 인물과 위안의 정서를 만나게 해온 작가는 이번 작품 《세 개의 푸른 돌》에서 고전소설 〈심청전〉과 제주 무속 신화 〈가믄장애기〉를 실마리 삼아 부모로 인해 유년을 빼앗긴 채 성인이 된 두 친구의 삶에 변화가 모색되기 시작하는 일 년간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효’, ‘가난’ 그리고 ‘부모의 개안’이라는 모티프들을 공유하면서도 서로 다른 성정의 주인공들이 대비를 이루는 두 이야기를 기반으로 서로 다른 성격의 루미와 현이 자신들의 상처를 딛고 어떻게 서로에게 힘을 주고 위로하는지를 지켜보며 독자들은 세상에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밝은 빛을 전해주는지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더불어 이 소설은 누군가가 자신에게 시간이 되는지를 묻는다면 기꺼이 달려갈 용기를 다지게 해주는 선물 같은 작품이 될 것이다. *현은 대화 상대가 필요하면 언제든 자기한테 연락하라고 말했지만 취기에 던진 말을 덥석 붙잡는 것은 뻔뻔한 일 같았다. 그러나 한 주가 다 지나가도록 달리 아빠에 관해 얘기해볼 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으므로 루미는 그 주 토요일 낮 퇴근길에 현에게 메시지를 보내게 되었다. 뭐하느냐고 썼다가 지우고 어디에 있느냐고 썼다가 다시 지운 뒤에 바쁘냐고 물었다. 조금이라도 망설임을 내비치는 답이 오면 선선히 물러날 생각이었다. 다행히 메시지를 읽자마자 현이 곧장 보내온 답에는 바쁠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다고 적혀 있었다.전혀. 하나도 안 바쁘고, 그냥 속상하고 쓸쓸해. 루미야, 사람이 이렇게 쓸쓸할 수가 있을까 _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