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장마다
오직 조카 지후만을 돌보며 남자 보기를 돌같이 여기던 민들레.
난생처음 그녀의 오감을 들쑤셔놓은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바로 영명병원의 후계자 한재섭!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라는데, 그와의 우연한 만남이 거듭될수록 민들레의 욕망은 부풀대로 부풀어 올랐다.
그녀는 생선을 앞에 둔 고양이 같은 눈초리를 그의 얼굴에 박은 채로 침을 꿀꺽꿀꺽 삼켰다. 표정으로 보건대 침이 아니라, 그를 한입에 삼켜 버리고 싶어 하는 그런 얼굴이다. 팔짝팔짝 뛰는 생선을 보는 배고픈 고양이의 눈빛, 벌어진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뜨거운 숨결…….
싫지가 않다. 그의 얼굴에 못 박힌 그녀의 시선이 싫지가 않다.
그저 싫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우월해지려고 한다. 그렇다. 유치하게도 그는 남자로서의 우월감을 느꼈다. 우월감을 느끼고 자만해진 그의 심장에 뜨거운 피가 끓어 넘쳤다.
어떤 여자도 지금 민들레가 짓고 있는 표정으로 그를 보지 않았다. 그는 저토록 솔직하고 적나라한 눈빛을 마주한 적이 없었다. 욕망뿐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솔직하고 담백한, 그래서 뒤로 계산하고 따져 보지 못할 것이 빤한 민들레가 그에게 느끼는 감정의 시작이 욕망이라면 기꺼이 감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