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을 밟는 아씨 1권
“가지 마. 죽어.”
붙들었다. 무모하게 제 목숨 버리고 떠날 것 같은 매정한 이를 붙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을 그는 살며시 잡으며 말했다.
“내가 죽으면 너는.”
비뚤어진 탈 아래 드러난 그의 입술이 부드럽게 올라간다.
“옥황상제로부터 나를 훔쳐내면 되잖아.”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 어떤 도적이 옥황상제로부터 죽은 자를 훔쳐낸단 말인가.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강한 신뢰가 있었다. 만약 정말로 그가 죽는다면, 정말로 그녀가 옥황상제로부터 그를 명부에서 빼돌릴 수 있다는 것처럼.
“훔쳐가라. 내 죽음도, 삶도.”
한차례 꽉 잡았던 손이 놓이며, 기어이 떨어진다. 한 발짝 멀어지며 그는 모순된 말을 내뱉는다. 훔쳐가라 해놓고 멀어지는 그를 붙잡지 못하는 나에게, 그는 상냥하게 말했다.
“나는 네게 모든 것을 뺏길 테다.”
거짓말쟁이.
저자 : 정연주
인천에서 출생. 그러나 현재 주거지는 스릴 넘치는 화성. 재미있다고 독자님들이 말해 주시면 글을 뽑아내는 단순한 사고를 갖고 있다. 예스24 e연재와 다음 스토리볼에서 『기화, 왕의 기생들』, 『가희, 사랑할지어다』를 연재하기도 했다.
* 출간작
『야수의 청혼』
『인어의 목소리』
『캔버스 위의 당신』
『붉은 매듭』
『도깨비 각시』
『기화, 왕의 기생들』
『겨울 엔딩』(작가모임'아랑개비' 공저)
『하늘 창』(작가모임'아랑개비' 공저)
『가희, 사랑할지어다』
『달빛을 밟는 아씨』
* 양효진, 정연주 공동 출간작
『헤스키츠 제국 아카데미』
『차아제국 열애사』
『헤스키츠 제국 아카데미 외전-칼리지편, 허니문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