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정체
“12시 전이니 약속은 지켰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유도은입니다.”
마지막 여름의 잔재인 듯 천둥과 번개가 몰아치던 날.
여자는 자정이 다 돼서야 노란색 우비를 입고 당당하게 들어섰다.
바로 앞인데도 멀리서 울려 퍼지는 자장가 같은,
몇 번의 전화 속에서 들었던 고조도 없는 그 목소리였다.
그는 꿀꺽 마른 침이 넘어갔다.
창밖에는 커다란 번개가 여전히 내리쳤고,
분명 그의 집이건만 마치 다른 공간에 머물고 있는 느낌이었다.
네 사람의 묘한 동거가 시작됐다.
강원도 어느 한적한 동네.
네 명은 매일 매순간 서로의 얼굴을 본다.
그런 사연에,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아야함에도 고요하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은 거친 파도처럼 조용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