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東夷) (season 1)
소설 `동이`는 우리의 직접 조상인 동이족(東夷族)이 한반도에 들어오기까지의 여정을 담아낸 것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동이족의 무대는 신석기시대의 두만강 북쪽 만주 지역이다. 당시의 기후와 생활은 지금 우리가 추측하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온화한 기후에 살던 그때의 사람들은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털가죽으로 몸을 감싸지도 않았고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음(短音)으로 의사를 소통하지도 않았다. 그때 이미 식물에서 뽑아낸 섬유를 정교하게 짜내 만든 옷을 입었으며 바구니를 비롯한 각종 생활 공예품을 만들어 사용했다.
다른 지역의 일족들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던 동이족을 결정적으로 변화시킨 것은 활이었다. 어느 날 느닷없이 나타난 활은 모양부터가 전혀 달랐다. 동력을 발생시키는 활과 그것의 힘을 받아 쏘아지는 화살로 나뉜 생소한 무기는 예전에 없던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 네 발로 빠르게 달려 순식간에 멀어지는 짐승들을 쏘아 맞출 수 있는 무기는 오직 활이 유일했다. 두 발의 느린 인간이 네발로 달리는 짐승의 빠른 속도를 제압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불이 인간과 짐승을 구분하는 발견이었다면 활은 야생과 역사를 구획하는 결정적 도구로 기능했다. 활을 가지게 된 다음에야 비로소 진정한 동이의 역사가 발원하게 되었다.
활은 사냥에 소용되는 무기로만 기능하지 않았다. 약한 자의 손에 잡힌 활이 강한 자의 창과 도끼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그때까지 유지되던 사회의 골조가 기초부터 흔들렸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이기는 절대불변의 야생의 법칙이 활에 의해 깨지게 된 것이었다. 활을 가지게 된 동이족의 갈등이 필연적인 전쟁을 부르고 통일된 그들이 영원히 살 곳으로 떠나게 되는 비사(秘史)를 발굴하여 소설 `동이`에 담아내었다
부족한 작품을 발표할 기회를 준 `한국전자출판협회`와 ‘이순원’ 심사위원장님을 위시한 심사위원님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야생에서 발굴한 거친 원고를 좋은 책으로 만들어주신 `굿북출판사`의 김춘화 사장님과 노문원 편집장께도 사례의 말씀을 전한다.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반드시 보답할 것을 다짐하며, 같은 길을 가는 정명섭 작가가 더욱 분발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