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의 사색
좋은 수필집이 못되어 부끄럽다.
등단 10년 만에 겨우 졸작 몇 편을 손질해 내놓게 되었는데 설익은 과일처럼 떫기만 하다.
문단에 발을 처음 들여놓을 때만 해도 포부가 있었다. ‘치유의 수필’ ‘명상의 수필’을 쓰고 싶다고 하는.
하지만 이제 와 생각하니 그것은 과욕이었다. 모두가 부족한 내 능력 탓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에게는 이 길 외에는 달리 허락된 길이 없어 보인다.
나에게 있어서 글 쓰는 일이란 가슴에 맺힌 응어리 내지는 아직 삭지 않고 있는 마음속의 가시들을 녹여 배설시키는 작업 같은 것이라 하겠다.
나 자신을 스스로 용서하고 좀 더 사랑하기 위한 방편 같은 것이라 해야 더 옳은 표현이 될지도 모르겠다.
좋은 수필을 한 편이라도 쓰고 싶은 가슴앓이는 아마도 내 의식이 살아 있는 한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못난이의 푸념과도 같은 글을 인내로 읽어주는 독자들에게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