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모퉁이 집
가을에서 겨울 그날까지 아침이면 찾아오는 햇살의 반가움은 조용한 계명산 계곡을 물들입니다. 또 작은 골짜기에서 들려오는 새벽 수탉의 부름은 새벽잠이 없는 농부의 귓전을 깨우기도 합니다. 훤히 밝아오는 새벽에는 예배당의 종소리는 출근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눈꺼풀을 열어주기도 합니다.
이런 곳엔 언제나 풀벌레 소리도 들리지만 나무가지 사이로 날으는 작은 새들의 노래는 분명 자연의 소리라지요. 바람이 찾아오면 춤을추는 나무도 있지만 긴 허리까지 휘어야 하는 풀도 있다지요. 어느 하나 그냥 스쳐지나갈 수 없는 아름다운 유산입니다. 그릇에 담을 수만 있다면 차곡차곡 접고 또 접어 고이 옛 친구들에게 보내고 싶습니다.
이런 곳엔 작은 고향도 숨어 있습니다. 아련하게 들리는 옛 친구들의 목소리도 숨어 있습니다. 고향의 좁은 마실길도 있습니다. 조그마한 뙤기밭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빨간고추는 잠자리눈에 가득 채우기도 하지만 농부의 땀방울에도 물이 들어 있어요.
가을에 시작하여 겨울에 끝나는 아침 모퉁이집은 언제나 굴뚝에 하얀 연기를 내품고 있습니다. 빨간 우체통은 언제 오는 소식과 보내는 소식이 담겨 있습니다. 아침모퉁이집은 오늘도 새벽 종소리와 개짓는소리을 담아갑니다.
아침모퉁이집은 이렇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