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그림자놀이
제11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박소연 작가의 『꽃그림자놀이』는 정조 치세기인 18세기 조선 사회를 배경으로 변화하는 시대상과 개인들의 욕망을 ‘소설’이라는 표현 양식을 중심으로 펼쳐낸 미스터리 소설이다. 귀신이 나온다는 폐가의 비밀스러운 내력을 파헤치는 표면적인 줄거리 속에는 문체반정으로 소설이 금지된 시대에 소설로 행복을 얻고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촘촘히 박혀 있다. 그것은 소설 속에 들어 있는 여러 편의 소설로 구체화된다.
작가는 아홉 개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왜 이야기에 빠지는지, 오늘날 소설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다시 묻는다. 이 소설은 작가의 주장처럼 한국식 『천일야화』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여기저기서 출판의 불황과 한국소설의 위기를 진단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소설의 의미를 날카롭게 캐묻는 작가 박소연의 질문은 명백히 한국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