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토지』의 작가 박경리가 전하는 생명 이야기
일본론에 이은 또 하나의 박경리 문학세계, 생명론!
자본주의의 발달로 현대화가 진행되며 우리의 금수강산(錦繡江山)이 파괴되기 시작했다. 『생명의 아픔』은 이런 행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현대 사회에 의문점을 제기하며, 작가 특유의 날카롭고 준려(峻?)한 필체로 당연하지 않은 것에 익숙해져 저항할 생각조차 못 하는 우리의 의식을 일깨운다.
이 책은 저자 박경리가 강연, 칼럼 등에서 발표한 원고 중 생명론과 관련된 스물아홉 편을 추려 모은 것이다. 스물아홉 편의 이야기의 핵심 주제는 ‘생명’이다. 이는 단순하게 환경파괴의 심각성만을 말하는 것이 아닌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말하며,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자연이 파괴되는 현실을 비판하고 우리가 진정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소개
1927년 10월 28일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났다. 1946년 진주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50년 황해도 연안여자중학교 교사로 재직하였다. 1955년에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計算)」과 1956년 단편 「흑흑백백(黑黑白白)」을 『현대문학』에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나왔다. 1957년부터 본격적으로 문학활동을 시작하여 단편 「전도(剪刀)」 「불신시대(不信時代)」 「벽지(僻地)」 등을 발표하고, 이어 1962년 장편 『김약국의 딸들』을 비롯하여 『시장과 전장』 『파시(波市)』 등 사회와 현실에 대한 비판성이 강한 문제작들을 잇달아 발표함으로써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특히 1969년 6월부터 집필을 시작하여 1995년에 5부로 완성된 대하소설 『토지(土地)』는, 한국 근·현대사의 전 과정에 걸쳐 여러 계층의 인간의 상이한 운명과 역사의 상관성을 깊이 있게 다룬 작품으로 영어·일본어·프랑스어로 번역되어 호평을 받았다. 1957년 현대문학 신인상, 1965년 한국여류문학상, 1972년 월탄문학상, 1991년 인촌상 등을 수상하였고, 1999년에는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에서 주최한 20세기를 빛낸 예술인(문학)에 선정되었다.
그밖의 주요작품에 『나비와 엉겅퀴』, 『영원의 반려』, 『단층(單層)』, 『노을진 들녘』 『신교수의 부인』 등이 있고, 시집에 『못 떠나는 배』『애가』가 있다. 6·25전쟁 때 남편이 납북되었으며 시인 김지하가 사위이다.
박경리의 문학은 전반적으로 인간의 존엄과 소외문제, 낭만적 사랑에서 생명사상으로의 흐름이 그 기저를 이루고 있다. 그 생명사상이 종합적으로 드러난 작품이 바로 '토지'이다. 박경리에 의하면 '존엄성은 바로 자기 스스로가 자신의 가장 숭고한 것을 지키는 것'(파시 제1권, 131면, 1993)인데 그의 작품에서 이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 생명본능 이상으로 중요한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없게 하는 기존의 관습과 제도 및 권력과 집단에 대한 비판, 욕망의 노예가 되어 존엄성을 상실한 인간들에 대한 멸시와 혐오는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존엄성을 상실할 때에 바로 한이 등장하는 것이며 이 한을 풀어가는 과정이 곧 박경리 문학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김은철 상지대 국문과 교수)
그녀의 대표작『토지』는 1969년부터 연재를 시작, 26년에 걸친, 4만 여장 분량의 작품으로박경리 개인에게나 한국문학에 있어서나 기념비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거대한 원고지 분량에 걸맞게 6백여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시간적으로는 1897년부터 1945년까지라는 한국사회의 반세기에 걸친 기나긴 격동기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즉 동학혁명에서 외세의 침략, 신분질서의 와해, 개화와 수구, 국권 침탈, 민족운동과 독립운동, 광복에 이르기까지의 격동의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나타나는 것이다.
이를 종적인 축으로 하여 진주와 간도(만주), 경성, 일본 등으로 삶의 영역이 확대되고 윤씨부인과 최치수, 최서희로 이어지는 최참판댁과 연결되어 삶을 엮어가는 평사리의 주민들, 김길상이나 김환을 중심으로 한 민족운동에 투신하는 인물들, 최참판댁의 전이과정 속에서 부침하는 신지식인들 등 수백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삶이 형상화되어 있다.
지금까지 이 작품에 대한 여러 논의들, 즉 역사소설인가 아닌가가 문제시 되었다거나 농민소설로서의 면모가 부각되었다거나 총괄체 소설, 가족사 소설, 민족사 소설, 총체소설 등의 다양한 장르로 규정되어 온 것은 곧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거대한 서사구조, 다양한 층위의 세계가 중층적인 구조로 형상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문학뿐 아니라 환경과 생태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 1999년 원주 오봉산 기슭에 토지문화관을 세우고, 문학과 환경문제를 다루는 계간지 <숨소리>를 창간(2003)하고, 신문과 잡지 등에 기고한 글로 엮은 환경 에세이집 『생명의 아픔』(2004)도 출간하는 등 사회와 인간을 향한 애정과 관심을 놓치 않았다. 2008년 5월5일 향년82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 한국현대문학의 영원한 고향으로 남았다. 고향인 통영에서 영원히 잠들어 있으며 대한민국 정부는 박경리의 사망 직후,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였다.
목차
01. 생명의 아픔
무한유전의 생명
모순의 수용
신들이 사는 나라
멋에 대하여
천지에 충만한 생명의 소리
냉소와 장식
02. 생명의 문화
윤리와 정서
본성本性에 대한 공포
생명과 영혼의 율동으로서의 멋
문학과 환경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
03. 자본주의의 시간
자본주의의 시간
달맞이꽃과 백로
진실의 상자 못 여는 일본
타성에 대한 두려움
처절한 희극
총체적 인식의 결여
일본인은 한국인에게 충고할 자격이 없다
04. 생명의 땅
지리산-그것은 어머니의 품이다
청계천은 복원 아닌 개발이었나
철거하되 보존을
한밤의 장대비 소리
우리 문학의 크나큰 산봉우리로……
정 회장의 ‘낡은 구두 한 켤레’
빈손으로 와서 일해놓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다시 희망으로
김옥길金玉吉 선생님 영전靈前에
다시 Q씨에게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