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인아(可人兒)
가인은 지금 열병을 앓고 있는 중이었다.
그의 고백을 받고, 그를 의식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시작된 병.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뛰었다.
평온하던 일상이 한 남자로 인해 마구 흔들렸다.
“혹시 나 만나러 왔어?”
부드럽게 입술을 늘이며 웃는 그를 보자
머릿속에 엉켜 있던 고민이 거짓말처럼 싹 사라졌다.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매일매일 기다렸어.”
새카맣게 일렁이는 짙은 동공에 반사된 제 모습을 보며
가인은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막지 않을 거예요. 선배님에게로 흘러가는 내 마음을.”
한정 없이 푸른 여름날.
소낙비처럼 청춘에게 찾아든 사랑.
이미 시작된 파문은 두 사람을 시나브로 물들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