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작가는 여기에서 전환기적 사고를 강요, 일제에 철저히 협력하도록 윽박지르는 상황에서 많은 지식인들이 스스로 취해야 할 태도의 방향성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어떤 관점으로 평가하든 ‘왕백작’과 같은 인간상은 식민지의 비정상적인 억압사회에서 대량으로 양산될 수 있는 유형임에 틀림없다. 소위 부화뇌동적 인간상으로 창조된 왕백작은 루쉰의 <아Q정전>처럼 진솔한 대중적인 열망을 담아낸 지식인상의 한 변형일수도 있고, 다른 시각으로 보면 도리어 참된 독립 운동에 방해물일 수도 있는 거품 같은 존재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