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형근
<지형근>(1926)은 나도향 최후의 소설로서, 이 작품에서 그는 봉건적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지형근이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현실생활에서 겪게되는 필연적인 몰락과정을 통하여 자본주의 사회를 떠받드는 힘, 즉 돈의 논리가 한 인간을 어떻게 파멸시키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지형근 집안의 몰락과정은 묘사되지 않았지만 철원에 몰려드는 노동자 일반에 대한 서술과 이화의 내력을 통해 지형근의 집안도 그에서 벗어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형근은 자신이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자가 되었음에도 양반이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그 사실을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한다. 그래서 지형근은 부분적으로 희화화되고 그의 몰락 과정 속에서 자본주의의 힘 앞에 돈 없는 봉건적인 관념이 얼마나 무력한 것인가가 여지없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