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안전을 위해서
그는 최근에 영화 감독으로 활동 중인데, 데뷔 작품 「초록물고기」로 영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으며, 최신작 「박하사탕」으로 우리 리얼리즘 영화의 깊이를 폭넓게 펼쳐주었다. 전지구적으로 자본주의의 위세가 당당한 이 시점에서 진정한 가치의 추구 자체를 넌센스로 치부하는 절망과 지기 파괴에의 탐닉이 만연하고 있다. 이것은 진정한 가치의 추구가 타락한 가치라는 매개를 통하지 않을 수 없었던 근대적 상황보다 현금의 상황이 더욱 열악한 것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나오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그 추구 자체를 넌센스로 취급하는 것은 패배주의 바로 그것이라 할 수밖에 없다.
이창동의 소설『녹천에는 똥이 많다』는 진정한 가치를 향한 탐구의 성실한 모습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첫 소설집『소지(燒紙)』(1987)가 흔히 미체험 세대의 분단소설의 한 전형으로 평가받고 그 샤머니즘 수용에 대한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지만 기실 그 소설집의 주제는 진정한 가치의 탐색이었다.
이런 이창동의 탐색은 사회주의적 전망과 관련되거나 전통/현대라는 이분법과 관련되는 인간 이해의 여러 도식들과 싸우며 그 도식들을 넘어서서 삶의 진실을 포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 탐색을 중단 없이 계속하면서 두 번째 소설집에서 그 도식 넘어서기를 한층 적극화하고 있는 것이다.
도식 넘어서기에 대한 작가의 의식은 이 소설 '후기'에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제 새로 태어나고 싶다. 이제까지 써온 것과는 다른 글을 쓰고 싶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과 다른 모습으로 살고 싶다는 욕망을 느낀다……. 이 책이 새로운 출발을 위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란 희망을 가져본다. 어딘가에 내 글을 읽고 마음이 움직일, 얼굴 모르는 독자들이 있으리란 믿음을 버리지 말아야 하리라. 문학에 대해 성실하지 못하다는 것은 내 삶에 대한 불성실함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