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채형의 소설은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고교시절 '학원문학상'에 이름을 적어 올린 이래로 그의 첫 번째 소설집은 35년이 걸려서야 처음 세상의 빛을 보았던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소설가에의 길은 그렇게 멀고도 험난한 여정이었기에 외롭고 그리운 시간들의 부르짖음이 그의 문맥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되어 오는 듯하다. 그의 소설에서 삶이란 그토록 준엄한 것이다.
초기 소설에서 이효석류의 '인동(忍冬)'의 아름다운 노인들을 만난 이래 꽤 오랫동안 침묵하던 그는 최근에 이르러 다시 그 아름다움의 연장선 위에 있는 소설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 회고는 오늘처럼 각박하고 몰염치한, 수사학적으로 현란하기만 한, 가치가 뒤집힌 시대에 의도적으로 등을 돌린다.
그래서 더욱 고전적으로 보이는 그의 소설들은 독자의 시선을 붙잡는다. 그는 소설집 한 권으로 한 시대를 마감했고, 지난 세월의 전쟁을 치렀으며, 우리 문학의 '동무'로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게는 너무나도 오래 걸린 길이었기에 새로운 천년의 해맞이에 놓여지는 이 소설집은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큰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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