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
오늘처럼
눈부시도록 하늘이 맑은 가을 날이면
빠알갛게 사과들이 늬긋늬긋 익어 가는
황해도 사리원 과수원길 어드메 쯤이나
영변 박천 아니면
함경도 신포같은 작은 시골읍 어느 곳
서러운 내 누이의 눈물방울처럼 투명한
북위 사십 도의 찬 하늘을 머리에 이고
코스모스 한들거리며 떼지어 핀 학교길을
어느 여인이 걸어가고 있을 것 같다
([1996 달성종합전], [시와 현실] 9인신작시집 {메마른 일상에서 돌아와}, 199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