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감정의 우월을 중요시하면서 자유와 개성을 구가하는 낭만주의 작가 나도향의 작품 '어머니'.1920년 대 애상적이고 감상적인 작품뿐만 아니라, 그 경지를 넘어 사실주의적 경향까지 드러낸 그만의 작품 세계를 만나보도록 하자.
『영숙!……영숙!』
없는 이의 이름을 두어번 불러 보더니, 다시 아무 생각없이 있었다. 『영숙』이라는 음조가 피아노의 바음을 두 번 울린 것 같이, 온 몸과 영(靈) 속에서 미묘한 선율(旋律)을 일으키더니, 연기 위에 비친 그림처럼 사라졌다.
머릿속은 혼탁하여 졌다. 영숙의 그림자는 안개속으로 보이는 동상처럼 희미한 윤곽만 보이더니, 동에서 모여 들었다 서로 사라지고 천리 밖에서 달려 왔다. 만리 저쪽으로 달려가는 천가지 만가지의 뜻하지 않든 연상(聯想)이 번개와 같이 꼬리를 잇고 인화(燐火)와 같이 사라지는 것이 밀리고 휩싸이어 간 곳 모르게 없어지었다.
춘우는 다시 영숙의 환영을 찾아 내려고 안공(眼孔)에 펼쳐있는 무한한 황야를 방황하듯 한 생각으로써 헤매였으나 다시는 찾아낼 수가 없고 구름을 손가락으로 잡으려는 것처럼 잡힐 듯 하고도 자세히 보면 아무것도 없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