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어진 미련탑
1920년대에 사회주의 이념을 표방하고 나선 카프는, 식민지 상황의 극복과 사회주의 국가의 건설을 위한 정치적 실천의 일환으로 문학 운동을 전개한다. 동반자 문학은 이같은 운동에 직접적으로 그리고 조직의 일환으로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사회주의 문학의 대의에는 동조하는 문학을 가리킨다.
동반자 작가 중에서도 카프 쪽에 가장 가까운 면모를 보인 그의 작품 세계는 당대 사회 상황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주와 소작농의 대립을 그린 <흘러간 마을> 등 긍정적 주인공이 등장하는 카프 계열의 작품들로 시작해서,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소개되고 카프가 해산되는 1930년대 중반에는 왕성한 창작활동을 통해 카프작가의 공백을 메웠다. <번견탈출기>(1935), <숭어>(1935) 등은 긍정적 주인공이 사라지고 집단에 매개되지 않은 개인적 반항을 그리는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
옥계천(玉溪川) 언덕에도 푸른 그늘이 우거졌다. 한껏 늘어져 물결을 퉁기는 수양버들, 마음껏 높이 뻗쳐 하늘을 비질하는 포푸라! 그 속에서 매미떼가 노래를 한다. 유릿속같이 맑은 물이 푸른 그늘을 싣고 천천히 흘러내린다. 그늘 밑으로 널조각만한 배가 떴다. 물줄기는 한참 만에 잠수교 아랫도리를 씻어가느라고 콸콸 소리를 내인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