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홍(하)
사회주의 운동이 침체하면서 카프 진영에도 혼란이 일어난 시기에 이기영은 다시금 독특한 현실 감각으로 높은 수준의 리얼리즘을 성취하고 있다. 이기영은 한국 근대 리얼리즘 문학의 확립에 크게 기여한 작가이며 프로문학 내에서도 최고의 작가로 꼽힌다.
그는 카프의 문예 정책과 창작 방법에 따라 작품을 창작하는 열의를 보였지만 카르 내의 비평적 논의에 말려들지 않고 정치적 도식을 소설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을 피하였다. 농촌 내 계층 갈등과 농민의 생활상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데 성공하여 리얼리즘 소설의 최고작 중 하나라고 평가받는 <고향>을 발표하였다.
시작이 반이란말이 잇다, 일훈이가 야학을 시작한제도 어느듯 네댓달이 지났는데, 처음에는 시답지 않게 보이든 것이 날과달이 지나갈수록 차차 자라나서 인제는 제법 성과를나타내게 되었다.
그것은 마치 밭에 곡식을 심는것과 같은이치다. 아무것도 같지않은 묵밭에다 씨를 뿌리고 싹이나고 뿌리를 뻗어서 커올르듯이 그들의 마음속으로 한두 마디씩 돌어가는지식의 싹도 나날이 자라나서 암흑의 세계를 밝힐수있었다.
실로 적공을 들어서 안되는 일이없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