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류
최서해는 빈곤과 노동, 그리고 유랑이라는 자신의 처절한 체험을 바탕으로 <탈출기>(1925), <홍염>(1927) 등의 작품을 발표하여 1920년대 후반의 문단에 충격을 주었다. 최서해의 작품은 주로 식민지 현실의 모순 고발과 그런 현실에 대한 본능적인 저항인 살인, 방화 등의 묘사에 치중했다. 이런 경향은 '신경향파' 문학의 일반적인 특징이기도 한데, 최서해가 신경향파의 대표 작가로 일컬어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마 벗어진 영감은 핀잔받은 것을 그새 잊었는지 또 감탄하였다. 김서방의 말이 이에 미치니 모두 취한 듯이 김서방만 치어다본다. 땅에 자빠졌턴 윤길이까지 일어 앉아서 정신없이 듣고 있었다. 모든 사람의 눈은 무엇을 보는 듯하였다. 김서방은 담배를 빨면서 무엇을 생각하는 듯하더니 비밀한 말이나 하는 듯이 어성을 나직나직이 하여,
「그러더니만 선녀가 하나는 노친의 왼팔 아래 자댕(겨드랑이)에 손을 대니까 왼자댕이가 툭 터지면서 애기가 스르르 나오더라지 ! (이때 모든 사람은 빙그레 재밌게 웃었다) 애기가 금방 나자 노친의 자댕이는 그만 터졌던 등 말았던 둥하게 아물고 애기는 이내(곧) 향탕에 목욕을 시키더라오. 애기는 말이 애기지키가 얄아므살 먹은 아이만치 크고 눈은 찍 째진 것이 왕방을 같고 귀는 이렇게 크고 (손을 펴서 자기 귀에 대고 눈을 크게 떠서 그 흉내를 내면서) 팔다리 손할 것 없이 참 철골로 생겼는데, 말을 다 하더라는데……」
참말 신기한 일이라는 듯이 눈을 끔벅하는 김서방의 목소리는 더욱 힘 있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