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국점경
이효석의 작품 세계는 두 가지 경향으로 대별된다. 우선 동반자적 경향으로 계급 문학을 옹호하는 성격의 작품을 발표했다.
이러한 초기 소설의 사회적인 관심과 현실에 대한 비판 때문에 그는 카프 진영으로부터 이른바 동반자작가라 불리게 되었다.
이효석의 동반자적 작품들은 계급 문학에서 표방하는 사상보다는 주로 러시아라는 異國에 대한 동경, 즉 이국 취향이 나타나 있다.
계급 문학이 위축되는 시기에 이효석의 작품 세계도 변모한다. 즉 낭만주의적 자연 친화의 세계로 변화한다. 1932년경부터 효석은 초기의 경향문학적 요소를 탈피하고 그의 진면목이라 할 수 있는 순수문학을 추구하게 된다.
그리하여 향토적, 성적 모티브를 중심으로 한 특이한 작품 세계를 시적 문체로 승화시킨 소설을 잇달아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깊은 마을, 우거진 산, 솟은 바위, 더운 온천, 맑은 시내, 숲속에서 새어 오는 비둘기 소리와 흐르는 맑은 시내, 시내를 따라 올라가 고요하고 으슥한 푸른 언덕 위에 우뚝 솟은 청쇄한 별장, 낙천지 같은 동산. 그것이 마우자(노서아인)의 별장이다. 혁명이 폭발되자 도읍을 쫓겨나 멀리 동으로 달아온 백계 노인 양코스키 일족의 별장이다.
기차가 되고 세상이 변하니 사포와 사아벨만 보아도 겁내던 이 벽촌 지금에는 코 높고 빛 다른 마우자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옛적에 여진인(女眞人)이 들어왔던 옛성터 남은 이 마을에 이제 빛 다른 마우자 들어와 흰 옷 사이에 네 활개를 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