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
사랑과 성 그리고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산으로 도피 행각을 벌인 남녀가 그곳에서 신비하고도 놀라운 사건에 맞닥뜨린다는 이야기가 기본 줄거리이다. 작가 김형경은 이 책에서 우리 삶의 곳곳에 깃들어 있는 ‘환상’에 관해 이야기한다. 환상은 밝은 빛 앞에선 한 순간에 사라지는 유리창의 ‘성에’와도 같이 아슬아슬한 것. 그렇기에 갈망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고 작가는 주인공의 입을 통해 말한다.
이 책은 독특한 3중의 서서구조를 취하고 있다. 비밀스럽고도 주술적인 산속 외딴 집으로 초대된 두 남녀(연희와 세중)와 그들을 그곳으로 이끈 세 남녀(남자, 사내, 여자로 지칭됨)의 이야기를 변주곡처럼 교차시키며 그 사이에 사체로 남은 세 남녀를 지켜보았던 자연물들의 진술을 배치시키고 잇다. 이처럼 빈틈없이 꽉 짜인 서사구조와 다양한 화자들을 내세워 작가가 끈질기게 탐구해 들어가는 또 하나의 주제는 바로 성과 죽음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