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으로 걷는 옛길
연극평론가 안치운의 여행에세이. 1999년 출간되었던 「옛길」의 개정증보판이다. 저자는 사진가와 함께 책 속의 산과 옛길을 다시 찾아 지역적으로 강원도와 경기도에만 치중된 문제점을 보완하고, 우리나라 산과 오지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을 수록해 새롭게 펴냈다.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대학시절 깊은 산으로 들어갔던 저자는 옛길을 걸으면서 비로소 마음의 평안과 삶에의 의지를 되찾은 적이 있다. 그 경험은 그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후 저자는 세상에 지칠 때마다 산속의 옛길을 걸었고 돌아오면 어김없이 그 위에서 했던 사유와 감상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해왔다.
힘이 들 때마다 사람의 자취가 없는 곳을 찾아 떠나지만 저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오히려 사람이다.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농사 지을 땅을 찾아 주거지를 옮겨다니는 화전민의 후손들, 숲 속에서 우연히 만난 심마니, 세계일주를 꿈꾸며 북에서 내려왔으나 도시의 삶에 염증을 느껴 산속에서 사는 리영광씨 등 저자는 오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을 전해준다. 전국 작은 마을의 이름과 어원을 따져 풀어주는 저자의 설명과 중간 중간 인용하는 아름다운 시와 아포리즘은 이 책의 또 다른 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