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조가비
오랜 세월 물살에 씻겨 본래의 형체를 잃어버리고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맡긴 조개 껍데기, 그것은 나였다. 나도 파란 조가비와 같은 글을 써보려는 소망을 키웠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삶의 굴곡 속에 한쪽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조가비와 같은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른다. 언제부터인지 밤하늘에 반달이 떠 있었다. 파도는 은회색 옷을 입고 해조음에 맞추어 왈츠를 췄다. 나는 다시 바닷가를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파란 조가비도 오랜세월 동안 진주를 안고 키워온 조개처럼, 물살에 씻기고 떠밀면서 아름답게 채색되었을 것이다. 나도 고뇌하는 목선처럼 파란 조가비를 찾기 위해 이 밤을 붙들고 있다. - '파란 조가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