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제왕의 생애
소설집 [이혼 지침서]와 장편소설 [쌀]로 국내에 소개된 중국 작가 '쑤퉁'의 1992년 작. 섭나라라는 가상의 왕조를 배경으로, 열네 살 어린 나이에 제왕이 된 한 남자의 삶을 그렸다. 중국의 왕실을 무대로 삼되, 시대와 인물 모두 특정 모델이 없는 가상역사소설이다.
과거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얼핏 역사소설처럼 보이지만, 이야기는 완전한 허구다. 소설에 등장하는 제도들과 일화들은 중국의 역사 속에 실제로 존재했던 것들이다. 그러나 은주시대로부터 청나라까지의 규범과 사건 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소설 속 세계는, 현실에는 결코 있을 수 없는 가상의 세계다.
왕의 인생을 다룬 작품들이 대개 권력 다툼으로 시작해 흥망성쇠를 거치다 왕의 죽음으로 끝나는 데 반해, [나, 제왕의 생애]는 제위에서 쫓겨난 왕의 광대로의 변신, 왕과 내시의 형제애, 패망 후의 또 다른 꿈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주인공 단백은 갑작스레 제왕의 자리에 올라 세상을 지배할 권한을 갖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정치적 음모의 희생양일 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왕이다. 하늘을 나는 새를 동경하며 매인 데 없이 훨훨 날 수 있기를 소망하던 단백은 음모와 정치적 투쟁, 숨막히는 궁중 생활 끝에 궁에서 벗어나 '줄타기 왕'으로 명성을 얻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