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예찬
불확실성만이 확실한 시대.
언제부터인가 결혼 권유는 무례한 말이 되어버렸다. 연애와 달리 결혼은 낭만보다 책임에 방점이 찍혀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세대에게 결혼이란, 아파트값이나 경력단절 같은 뉴스 헤드라인 없이도 엄청난 도전이 되어버렸다. 익숙하고 예측 가능하지만 인생의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독신과 낯설고 희생해야 하지만 일단은 의지할 상대가 있는 부부. 오늘도 많은 젊은이들은 두 가지 갈림길 앞에서 고민 중이다.
<신혼예찬>은 정중하지만 똑 부러지는 ‘프로 불편러’인 저자가 여자로서 결혼을 앞두고 느꼈던 두려움, 결혼을 진행하며 확실해진 가치관, 결혼 이후 부딪쳤던 갈등과 해소의 과정을 솔직하고 섬세하게 기록한 에세이다.
가부장적인 명절 문화와 집안일 분담 기준. 결혼 후에도 한 명의 개인이고 싶은 욕구와 그럼에도 남편에게 기대고 싶은 영역들. 그렇게 모순적인 자신을 모른 척해 주는 남편에 대한 고마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아주기 어려운 그의 습관들. 모처럼 떠난 친구들과의 여행에서 문득문득 솟았던 남편 생각과 돌아온 나를 맞이하는 그의 얼굴에 가득했던 반가움. 저자가 적어나간 일상의 단상들은 “결혼은 현실”이라는 냉소주의를 지루한 가르침 없이도 넉넉히 반전시킨다.
결혼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밀린 숙제처럼 시어머니께 안부 전화를 거는 저자의 모습은 아플 정도로 생생하게 결혼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날 밤 무심한 척 나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었노라고 말하는 저자와 이를 고마워하는 남편의 모습에서 우리는 어쩐지 흐뭇해진다. 그래, 부부란 이런 거였지. 이겨야만 하는 투쟁의 대상이 아니라 지난한 인생을 살아가며 기대고 위로하는 동반자였지 하면서.
"이제야 우리 집이 완성됐어."
출장을 마치고 오랜만에 귀가한 저자에게 건넨 남편의 한마디는 결혼의 가치가 무엇인지 은유하고 있다.
소소하지만 섬세한 결혼 에세이, <신혼예찬>. 화려한 조명 아래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던 선남선녀의 결혼 이후가 궁금한 모든 이들에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