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네 가족 이야기
사랑으로 역경을 헤쳐나가는 바우네 가족의 혹독한 생존 드라마
이 책 『바우네 가족 이야기』는 북한산에 사는 7마리 유기견들이 한 가족이 되어 역경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바우를 중심으로 사랑과 믿음으로 한 가족이 된 이들은 저마다 가슴 아픈 사연을 지녔다. 그리고 당장은 추운 겨울을 어떻게 나야 할지 걱정이다. 그들이 지금 겪는 고통은 모두 인간들 때문이다. 아낌없이 주는 그들과 달리 인간들은 어찌나 이기적인지……. 주인에게 버림받고 살기 위해 북한산으로 흘러든 그들은 이곳에서조차 또다시 인간들에게 내몰릴 위기에 맞닥뜨린다.
이 책의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라 유기견들이다.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시선으로 보고 그들의 마음에 동화되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너무도 가볍게 그들의 생사를 결정짓는 인간의 무관심과 이기심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된다. 그들은 애완견이니 애완묘이니 하는, 그저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는 동물이 아니라 삶을 함께하는 동반자이자 가족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도 인간들은 그 사실을 너무도 가볍게 생각하고 너무도 쉽게 잊어버린다.
인간들이 지배하는 세상, 갈 곳이 없다
2017년 한 해에만 보호소에 보내진 유실·유기된 동물이 10만 마리 넘었고, 그중 절반가량이 안락사와 자연사로 생을 마감했다. 보호소에 들어간다는 말은 구조되었다는 뜻인데 어떻게 그렇게 많은 생명이 죽음을 맞아야 하는 것일까? 그 의문은 한 거대 동물보호단체의 행태로 밝혀지게 되었다.
2019년 새해 벽두부터 파문을 일으킨 동물보호단체의 이중적 행태는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 단체는 후원금과 지원금을 받기 위해 동물을 구조하고 안락사시키는 행태를 계속해왔다. 보호할 공간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안락사가 아닌 살처분 수준의 도살을 일삼았던 것이다. 관리 자체도 엉망이어서 소위 뜬장이라는 곳에 가두어두는 몰상식한 운영을 해왔다.
유명해지고 거액의 후원금을 받는 보호소의 실태를 접하고 경악한 건 동물보호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뿐일까? 우리 모두에게는 측은지심이 있다. 그래서 학대 소식에 가슴을 떤다. 그러나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유기동물이 거리를 헤매거나 도살장과 보호소에서 죽어가고 있다. 우리들 사는 이 세상이 그들에게는 거대한 지옥이다. 소중한 생명으로 태어났건만, 도무지 그들은 갈 곳이 없다.
【책 속으로】
서로를 사랑하기만 하면 무서울 게 없어
바우는 하양을 돌아보았다. 하양은 겁에 질려서 어쩔 줄을 모르고 몸을 떨었다. 추위와 두려움으로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바우는 하양의 목덜미를 다시 물었다. 무슨 수를 써서든 하양을 먼저 산장으로 올려야 한다.
……
산장이 보이는 곳에서 하양을 내려놓고 바우는 그제야 하양에게 말했다.
“산장으로 숨어.”
“싫어. 무서워. 같이 가.”
“안 돼. 넌 여기 있어도 괜찮아. 산장 사람들이 널 보호해줄 거야.”
“싫어. 너도 가지 마. 너랑 있을래. 넌 가면 죽을 거야. 저 사람들 무서운 사람들이잖아.”
하양은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바우는 하양의 눈물을 핥아주었다.
“울지 마.”
“친구들 다 잡혀가면 어떡해? 나만 어떻게 살아?”
“걱정하지 마. 내가 가서 구할게. 내가 다 구할게.”
“나, 사람들하고 살기 싫어. 사람들 미워. 꼭 와. 꼭 구해서 와.”
“미워하지 마. 아무도 미워하지 마. 미워하면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
“꼭 올 거지?”
“그래, 꼭 올게. 여기서 절대 움직이지 마. 보일러실에 들어가. 알았지? 하양, 약속할 수 있지?”
하양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간다, 하양아. 나, 간다.”
평화는 싸워서 빼앗는 게 아니야
‘자, 서두르자. 동물구조대가 오면 보호소로 데려가게 되니까 우리가 가로채야지.’
바우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바우는 수레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
? 안 돼!
바우는 수레를 끌고 미는 사람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사람들이 놀라서 바우를 향해 돌아섰다. 키가 큰 한 사람이 올가미에 막대기가 달린 도구를 들고 바우를 막아섰다.
바우는 올가미를 피해서 힘차게 달려들었다.
쿵. 바우는 머리로 키 큰 사람을 들이받았다. 우앗! 키 큰 사람은 겁을 먹고 뒤로 넘어졌다. 바우는 다시 다른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 개는 못 물어. 놀라지 마.’
‘맹도견이었을 거야.’
바우는 다른 사람을 향해 달려들면서 머리로 그 사람을 들이받았다. 키 큰 사람이 일어나서 바우의 머리를 뒤에서 막대기로 후려쳤다.
바우는 휘청거리면서 자기를 때린 사람을 돌아보았다. 눈에 무언가가 흘러들어서 뿌옇게 보였다. 바우는 그 사람을 다시 머리로 들이받으려고 했지만 목에 무언가가 걸려서 조여왔다.
난 친구들을 더는 잃고 싶지 않아
아침 해가 밝았다. 눈은 언제 그렇게 쏟아졌냐는 듯이 하늘은 맑고 햇살이 반짝였다.
하양은 보일러실을 나섰다. 보일러실 앞에는 소시지와 참치 캔이 놓여 있었다. 산장 사람들이 준 것 같았다. 천천히 생각하면서 배를 채웠다.
……
친구들을 생각했다.
힘들었지만 참 좋았다. 추웠지만 포근했고 배가 고팠지만 편안했다. 좋았던 날들이었다. 못나고 한심한 우리들끼리 서로 돕고 위해주었다.
산장을 뒤로하고 천천히 산길로 향했다. 희망을 갖기로 했다. 친구들 중 누구라도 올 수 있다. 자기 도움을 원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친구들을 기다리러 가자.
하양은 살던 집을 향해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 만일 아무도 없으면 어쩌지? 아무도 돌아오지 못하면 어쩌지? 나 혼자 오래오래 살아야 한다면 어쩌지?
바우를 떠올렸다.
“바우야, 나 잘 해낼 수 있을까?”
“응.”
어디선가 바우가 대답한 것 같다.
“하양아, 난 널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