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없는 남자
하드보일드 소설의 대표작가 대실 해밋의 마지막 장편소설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랑받는 코미디 누아르의 대표작
1930년대 대공황기의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의 주인공은 전직 명탐정인 닉 찰스와 그의 부인 노라 찰스이다. 그리스 이민자 집안 출신으로 탐정으로서 명성을 쌓던 닉 찰스는 부유한 상류층 여성인 노라를 만나 결혼하고, 노라가 물려받은 사업을 경영하며 탐정을 그만 둔다. 호텔과 술집, 파티를 오가며 편안하게 생활하던 그는 노라와 함께 연말을 즐기기 위해 탐정 일을 했던 뉴욕으로 돌아온다.
크리스마스 이브, 닉의 예전 의뢰인이었던 유명한 발명가 와이넌트의 정부이자 여비서인 울프가 시체로 발견된다. 닉은 사건 관련자들이 모두 자신과 아는 사이였던 탓에 할 수 없이 사건 수사를 하게 된다. 와이넌트는 행방이 묘연하고, 이혼 후 오래 떨어져 살았던 기괴한 성격의 와이넌트의 전부인을 비롯한 가족들이 뉴욕에 돌아와 있었다. 닉은 경찰과 와이넌트의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며 범인을 찾아보지만 또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와이넌트가 이상한 내용의 연락을 취해오면서 오히려 사건은 복잡해져 간다.
1934년 발표된 『그림자 없는 남자』는 대공황기 미국의 현실을 '식인 풍습'으로 치환시켜 묘사할 정도로 어둡고 염세적인 작가의 인식이 곳곳에 숨어 있으면서도 스타일 면에서는 그의 전작들과는 달리 희극적이고 위트있는 인물들 간의 대화가 돋보이는, 작가의 작품 중 가장 흥겹고 즐거운 분위기를 띠는 작품이다. 이 때문에 이 작품에는 '코미디 누아르'라는 애칭이 붙어 있다. 미국 소설사에서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 중 하나인 주인공 닉과 노라 부부는 농담과 희롱을 나누며 알코올 중독으로까지 보일 정도의 음주와 파티를 즐긴다. 해밋과 그의 평생의 문학적 동반자이자 연인이었던 릴리언 헬먼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 이 두 인물은 엄청난 부를 바탕으로 화려한 파티와 음주를 즐기면서 사건을 ‘우연히’ 풀어나가는 매력적인 추리 패턴을 선보인다.
6부작의 영화와 TV 드라마로 만들어졌던 이 작품은 이후에도 모티브 차용을 통해 영화와 공연작품으로 꾸준히 발표되었으며, 2011년에는 워너브라더스 사가 배우 자니 뎁, 감독 롭 마샬과 함께 리메이크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다시 한번 화제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