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의 습관
『고양이 호텔』, 『옷의 시간들』의 김희진 신작 장편소설. 전작에서 자신의 상처나 아픔을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극복해가는 이야기를 구현해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는 관계의 출발점을 ‘나’에서 좀 더 뻗어나갔다. 바로 ‘가족’이다.
우리 이웃에는 어느 하나 평범한 가족이 없다. 가족 중 누군가 하나는 꼭 사고뭉치이거나, 서로 잡아 뜯고 싸우곤 한다. 오죽하면 어떤 시인은 ‘집에만 가져가면 꽃들이 다 죽는다’고 했을까. 그만큼 가족은 ‘너무 가까워서 아주 멀고 싶은 당신’이 될 때가 많다.
『양파의 습관』의 장호의 가족도 그렇다. 그래서 작가는 장호에게 투사되어 ‘나’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나’의 이야기는 때로는 장호의 목소리이고, 또 때로는 작가의 목소리이다. 이를 통해 나와 가장 가까운 관계, 가족 안으로 들어와 가족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의 깊은 속내를 엿볼 수 있다.
결국 우리는 ‘함께’ 살아내는 수밖에 없다. 『양파의 습관』은 세련되지도 멋지지도 않은 가족, 이웃들의 ‘좌충우돌 생활기’를 통해 사랑의 안식처도, 그렇다고 지긋한 족쇄도 아닌 가족,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가 주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준다.